세 사람 모두 우리가 셋이라는 사실을 더없이 잘 알고 있어서, 가끔 둘이고 자주 둘이고 영원히 혼자이지만 우리는 셋이라는 것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관계가 된 게 좋았다. 언제나 곁눈질을 하던 관계에서 드디어 셋을 편안히 받아들이는 순간이 온 것이 좋았고 셋이서 오지 않았다면 의미가 없었음을 알고 있는 상태가 좋았다. - P172
비교할 게 없는 사람은 자유로운 게 아니라 자유롭지 못할 확률이 높다. 아름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근처를 둘러보면 민아와 해든이 있었다. 아름은 그 둘 사이에 끼어 있을 때. 끼어 있다는 감각이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 민아와 해든은 아름에게 부표 같았다. 망망대해 같은 세상을 전부 이해할 순 없고 부표가 떠다니는 것을 보며 어렴풋하게 느낄 뿐이었다. 이들이 이쯤 있으니, 나는 그보다 한두 파도 뒤를 떠다니고 있겠지. 그런 생각이었다. 그 정도만 하더라도 다행이라고, 그 정도만 떨어져 있으면 좋겠다고, 손을 휘저어 가까스로 해든이든 민아든 누구의 손끝에라도 닿을 수 있다면 잘하고 있는 거라고 여겼다. 왜 그들이 그렇게 필요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이 훌륭하니까, 라고밖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 P195
바람이 부는 공원 벤치에 앉아 아름은 우리를 묶은, 특히 나를 그들에게 묶은 이 마음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그야 좋아하는 마음. 너에게 없는 것이 내게 있고 내게 없는 것이 너에게 있길 바라는 마음. 혹은 기꺼이 그렇게 착각하고자 하는 마음. 그 마음이 마음에 들어서 조금 더 바람에 땀을 식히며 단단해진 종아리를 쉬게 두었다. - P205
실은 출판사에서 표지 시안으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온 사진은 두 개였다. 민아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과, 언젠가 아름이 실수로 깨뜨린 도자기 사진. 그것은 아름이 처음으로 작품을 찍은, 작품으로서 찍은 사물, 인간 아닌 것이었다. 깨진 접시. 얼기설기 겹쳐진 사금파리 대여섯 조각. 늦은 오후의 빛을 온몸으로 반사하는 듯, 주변 공기를 금빛으로 부드럽게 부풀린 듯한 민아의 뒷모습과 깨진 그릇의 파편을 쌓아올린 무채색의 사진. 그것은 아름이 처음부터, 그리고 줄곧 남기고 싶어하던 우정과 결함의 흔적이었다. 애정과 서툶의 증거.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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