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은 「로빈슨 크루소」를 언급하면서, 로빈슨이 모래밭에서 인간의 발자국을 갑자기 발견하는 장면에 이르면 언제나 전율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우리는 「걸리버 여행기」가 풍자문학이라는 것을 몰랐다. 또한 대니얼 디포가 「로빈슨 크루소」에서 식민주의자들의 담대함과 진취성을 일반화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시대 전체의 철학을 반영한 위대한 책들은 어린이들에게 모험과 기적을 다룬 책으로 받아들여진다. 바로 이 점에 이 책들의 감동적이고 다중적인 생명이 스며 있다. - P175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세상에 시인들이 존재했다는 걸 우리는 몰랐다. 그렇지만 이 작은 그림들을 들여다보면서 우리는 세상에 예술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보았던 그림들은 우리를 놀라게 했고 감탄하게 했으며 중요한 점은 우리에게 이해하려는 열망을, 즉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 이게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왜 그런 걸까? 왜 이 작은 사람이 돌로 된 사자 등에 올라타고 있을까? 우리는 평범하지 않은 것이 그려져 있음을 분명히 이해했다. 격랑을 일으키는 물 위에서 돌로 만든 사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두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그림을 보고 이해하면서 우리는 처음으로 드라마의 감각을 접했다. 당시 그 감각은 몹시 강렬한 것이었다. 드라마의 내용은 결국 우리에게 미지의 것으로 남았다. 우리는 원인도 결과도 몰랐다. 전체 사건의 논리도 몰랐고 결론을 낼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림에서 수수께끼가 생겨났다. 그리고 이 신비로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힘을 그림에 부여했다. - P178
봄이면 이제 막 꽃을 피운 나무들과 풀로 뒤덮인 대지가 자연의 모습 전체에 수공예품의 성격을 부여하는 며칠의 기간이 있다. 구름까지도 만들어진 느낌을 준다. 자연이 불가항력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반대로, 만물에서 예술의 드높은 기교가 감지되는 것만 같다. 만일 갑자기 비가 한줄기 퍼붓고 지나간다면 그것은 한순간 모든 수공예품을 은빛으로 빛나게 하려고 미리 계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 P181
오늘 오데사에서는 노동절을 기념한다. 아침부터 사위가 고요하다. 퍼레이드 직전의 고요함이다. 마치 도시가 텅 빈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어딘가에 꼼짝도 하지 않고 잔뜩 긴장한 어마어마한 군중이 서 있음을 알고 있다. 너무나 조용해서 누군가의 한마디 말이나, 아니면 말이 머리를 흔드는 바람에 마구가 갑자기 빚어내는 금속성의 소리가 온 거리를 날아가 꽤 먼 거리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다. - P181
나는 우리 조국의 이 위대한 의미를 인정한 사람의 빈소를 지켰다. 이 사람 자신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아연으로 만든 관의 여러 면들, 나뭇잎과 꽃들의 실루엣만을 보았다. 나는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젊은 여성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를 기억했고, 그녀의 기억 속에는 살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그를 내게 보여줄 수 없었을 것이고, 나는 그녀의 기억의 눈으로 그 살아 있는 사람을 보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녀의 눈물이 내게는 그의 삶을 알려주는 유일한 묘사였다. - P191
나는 만족감과 기쁨, 장엄함을 맛보았다. 나는 우리가 그 위로 날아가고 있는 지형이 이동하는 것을 창을 통해 보았다. 그 움직임은 선회하는 형태인 것 같다. 거대한 공간들이 어떤 회전을 시작하지만 끝마치지는 않는 것 같다. 그 느낌이란 비행기가 공중에 움직이지 않고 매달려 있는 듯하다. 햇빛을 받아 선명히 빛나고 있는 노란 들판의 표면 위로 비행기 그림자가 달려가고 있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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