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뭇잎을 식탁보 위에 놓는다.
나뭇잎의 한쪽 면은 잔털이 보송하고 다른 쪽은 매끈하고 반짝거린다. 그리고 녹색 광택 위에 노랗고 빨간, 통통한 손가락 모양의 애벌레가 누워 있다. 무게가 엄청 나가고 잘 들러붙는 놈이다. 콜로틸로프가 손가락으로 애벌레의 옆구리를 찔러본다. 그 다음에는 성냥개비로 애벌레를 들어 올리며 소리친다.
"작은 발이야! 오, 작은 발들 좀 봐! 보세요, 발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살펴봅시다! 잘 관찰해봐요! 다 같이 관찰해보자고요!" 강인한 사람은 모든 것을 포착한다. 그 힘은 생명에 대한 사랑 속에 있다. - P156

나는 그의 집에서 밤을 보낸 적이 있는데 자명종에 의지한 무섭지 않은 정적이 집 안에 감돌고 있었다. 자명종은 모든 소리를 듣고 있었고 잠을 자지 않았고 한껏 부풀린 두 뺨 속에 소리 줄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마치 소년이 뿜어낼 준비가 된 물을 한가득 머금은 듯 말이다. 사람이 잠들 때의 포즈 그대로 밤새 단잠을 잘 때의 무섭지 않은 정적, 창턱이 깨끗하고 무엇으로도 창틀을 메우지 않은 널찍한 삼면 창에 내려앉은 정적, 가로등이 보이고 멀리 철도 위에 기술의 세계가 보이는, 밤새 꺼지지 않는 세상이 보이는 널찍한 삼면 창에 서려 있는 정적. - P157

그가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동안 나는 작가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에게 이야기한다. 드높은 열망과 고통스러운 당혹감에 대해서. 그리고 그는 근시 때문에 못을 찾느라 수건을 벽 이곳저곳에 대보면서 말한다.
"당신은 대중들의 생활에 참여해야 합니다?
틀에 박힌 말이다. 물론 이것은 틀에 박힌 말이다. 신문마다, 잡지마다 다 나오는 말이다.
대중과 하나가 된다.
그러나 그는 지혜로운 사람이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자신의 일이 있고, 편집 업무가 있고, 초고, 교정, 일상, 사랑하는 아내, 혹한, 그리고 덧신이 있다. 그는 오늘 날씨가 굉장히 춥다라는 문장을 말할 때와 똑같은 생생한 확신을 가지고 그 말을 한다.
그러니까 문장이 틀에 박힌 것이라 해서, 삶을 표현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 P162

그녀는 자신이 아무런 권리도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받았다는 생각이 단 한 번도 머리에 떠오른 적이 없었다. 그 반대였다. 그녀는 이 모든 게 정당하다는 걸 단 일 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이 모든 것 외에도, 그녀는 자신이 공정한 재판관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것이 ‘나‘의 상실이다.
돈. 노파의 부. 돈이 노파를 정반대의 대립물로 변화시켰다. 소비에트 사회에는 사람들 사이에 금전적 의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세계가 현실적이다. 그리고 인간적인 ‘나‘가 처음으로 진정한 평가를 받게 된다. 인간적인 ‘나‘에 대한 관념이 처음으로 생겨난다. - P168

"네가 서로 공감되는 사랑을 하고 있지 않다면, 즉 너의 사랑이 사랑으로서 화답하는 사랑을 탄생시키지 못한다면, 그리고 네가 사랑에 빠진 사람으로서 스스로의 삶을 발현하는 수단으로 사랑받는 사람이 될 수 없다면, 너의 사랑은 무기력하고 불행한 사랑이다."
"아주 좋아요." 교수가 말했다.
"어디서 가져온 겁니까? 함순K. Hamsun한테 가져왔나요?"
"아닙니다. 마르크스가 한 말입니다." 내가 말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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