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이 시간에 둘은 말뚝들 위에 있는 몸을 덥히는 곳에서 옷을 벗고 있어. 말뚝들 밑으로는 현무암의 물이 흐르지 않고 멈춰 있고. 사람들이 시끌벅적하지. 소음들, 고함 소리, 나무로 만든 방 안에서 젊은이들이 옷을 벗을 때 벗은 몸이 철썩대는 소리. 작은 창문들 밖으로 강, 난간, 작은 깃발들, 보트들이 보여. 강에서는 노들이 반짝거리고. 둘은 나무로 만든 방에서 걸어 나가 뜨겁게 달아오른 나무판 위로 걸어가. 어딘가에서 관현악단이 연주하고 있지. 악단의 연주가 대기를 진동시키고 진동으로 인해 목재 건조물이 흔들리지. 나무판에서 먼지들이 날아올라. 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멋진 게 아닐까. 저 멀리서 군 악대가 연주할 때 푸르른 여름 하늘 속에서 깃발이 움직이고! - P139
당신이 새로운 계급이 부상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면, 그리고 자기 자신을 검증하고 들여다보고 여태까지 이룬 것을 저울질하기 시작하면, 다른 때라면 상당히 유의미한 것으로 스스로에게 여겨질 당신의 활동이, 이 시대의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장엄한가와 비교할 때 사실은 엄청나게 하찮은 것임이 분명해진다. - P148
나는 모든 사람을 질투하며 이 사실을 인정한다. 겸손한 예술가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예술가들이 겸손하다고 여겨진다면 그것은 그런 척하거나 거짓말하는 것이다. 마치 악문 이빨 뒤로 질투심이 숨어 있지 않은 듯 말이다. 하지만 식식대는 소리가 결국은 터져 나오게 된다. 나는 이 신념을 아주 확고히 가지고 있는데 이 신념이 나를 짓누르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반대로 나의 생각을 침착한 판단으로 이끌어가는데 바로 질투와 야망은 창작을 가능케 하는 힘의 본질이며 부끄럽게 여길 필요가 전혀 없다는 판단이다. 그것은 문 너머에 남아 있는 검은 그림자가 아니다. 오히려 천재와 함께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활기차고 강력한 누이인 것이다. - P154
무질서한 얼굴이다. 붉은 콧수염에다 주근깨가 있다. 이쪽은 대머리인가 하면 저쪽은 머리털이 무성하다. 좋은 셔츠다. 커프스 단추는 채웠는데 옷깃이 없다. 금으로 만든 멋진 커프스 단추이다. 볼록 나온 배, 포동포동한 손, 빨간 머리.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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