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방북했을 때는 농촌 사람들이 일손을 멈추고 일본에서 온 방문단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땅에 쪼그려 앉아 작업을 하다가도 버스가 지나가면 일어나서 손을 흔들거나 경례를 보냈다. 버스에 탄 방문단 사람들도 기쁘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나는 그들이 손을 흔드는 것이 본인의 의지인지 의무인지 몰라 복잡한 마음이 들어 웃을 수 없었다. - P64
"위대한 지도자님 아래, 조선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당한 사회주의의 길을 걷고 있으며 우리 인민에게는 승리가 약속되어 있습니다"라는 버스 가이드의 진부한 멘트에도 "비록 지금은 ‘고난의 행군‘을 견뎌야 할 시기지만"이라는 둥 이전까지는 들어본 적 없던 본심이 섞여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사람들의 표정과 겹치는 교조적인 말에 더욱 마음이 쓰렸다. 평양에 도착하고 나서도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주시하기로 마음먹었다. - P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