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회하려는 마음이 꾸준히 하는 사람의 동기이다. 물론 다시 한다고 더 좋아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더 좋아졌다고 해서 만족하리라는 보장 역시 없다. 보장이 다시, 더, 계속하기의 동력이 아니라 한 일에 대한 불만족이 동력이다. - P236

우리는 문장으로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지만, 그것들은 사실 어떤 문장으로도 잘 표현되지 않는다. 세상은 요란하고 빠르고 오묘해서 납작하고 느리고 순진한 문자로 붙잡기가 쉽지 않다. 글을 쓰는 사람은 가장 정확한 한 단어, 딱 들어맞는 하나의 표현을 찾으려고 한다. 그런 표현이 있으리라는 믿음을 플로베르가 심어주었다. 그는 어떤 사물과 개념을 가리키는 단 하나의 단어가 있다고 했다. 하나밖에 없는 그 단어를 찾는 것이 글쓰는 이의 일인데, 그 일은 여간 어렵지 않다. 어쩌면 불가능하다. 반복과 되풀이, 심지어 동어반복처럼 느껴지는 문장을 붙여 쓰고 이어 쓰는 사람은 그 하나의 단어, 하나밖에 없는 맞춤한 표현을 찾아내지 못한 사람이다. - P237

원한을 가진 사람은, 불만족의 원인이 자기가 아니라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므로 만회하려고 하지 않는다. 불만족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을 때만 만회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만회는 외부와 타인을 향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해 하는 것이다. 만회는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는 것이다. 세상이 자기의 족함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가, 자기를 향해 더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지 않는다. 외부가, 다른 사람이, 누군지 무엇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바깥 세계가 자기를 위해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이 벌충하기 위해 다시, 더 시도할 리 없다. 다만 투덜거릴 것이다. 만회하려 하지 않는 사람은 꾸준할 수 없다. - P239

불만은 자기가 얻은 결실이 자기가 기울인 노력에 비해 충분하지 않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얻은 결실과 자기 것을 비교할 때 생긴다. 자기보다 덜 일한 사람이 자기와 같은 대접을 받거나 자기와 똑같이 일한 사람이 자기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될 때 생긴다. 다른 사람이 어떤 결실을 얻었는지, 어떤 혜택을 받았는지 모를 때는 생기지 않던 불만이 다른 사람이 얻은 결실, 받은 혜택을 알게 되는 순간 생긴다. 비교하는 순간 생긴다. 이 사람에게 만회하려는 마음이 생길 리 없다. - P242

원한과 자기만족은 손바닥의 안과 박처럼 붙어 있다. 붙어 있되 정반대 쪽에 있다. 세상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것이 원한이라면, 세상으로부터 받는 과도한 평가가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것이 자기만족이다. 원한은 밖을 향하고 자기만족은 안을 향한다. 불만족의 원인을 밖에서 찾을 때 원한이 생기고, 족함의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을 때 자기만족에 빠진다. 원한이 다시, 더 시도하려는 마음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자기만족 역시 다시, 더 시도하려는 마음을 빼앗는다. - P242

카뮈는 스물두 살에 쓴 『안과 겉』의 재판을 이십 년이 지난 후에 다시 냈다. 그 책은 오랫동안 절판 상태로 있었다. 그는 젊을 때 쓴 그 책이 ‘서툴고 미숙하기 때문에‘ 다시 출판하지 않으려 했다고 서문에서 고백했다. 그가 쓴 것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글이 그 책에 실려 있다는 한 철학자의 주장을 카뮈는 반박한다. 그는 잘못 생각한 것이다. 천재가 아닌 한, 스물두 살에는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겨우 알까 말까 하는 법이니 말이다." 카뮈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그리고 아마 이 말은 진실일 것이다. 스물두 살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나이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진실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터져나오기도 하는 법이다. 때로는 기교가, ‘어떻게‘에 대한 앎이 진실을 가리기도 하는 법이다. - P243

보상은 대부분 뜻밖의 사건이다. 뜻 안에 있을 때 보상은, 아무리 큰 보상이라도 마땅하거나 미흡하다. 뜻 밖에 있을 때 보상은, 아무리 작은 보상이라도 과분하거나 놀랍다. - P247

언제까지 걸을 거라고 미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을까. 걸을 수 없는 순간이 올 것이다. 걸을 수 없는 순간이 올 때까지 걸으면 된다. 언제까지 쓸 거라고 미리 결심할 필요가 있을까. 글을 쓸 수 없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쓰면 된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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