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 두렵다: 다음 순간은 미지의 것이기에 나를 완전히 맡기기가 두렵다. 다음 순간을, 그걸 만드는 건 나일까? 아니면 그것 자신일까?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통해 함께 그것을 만든다. 투우장에 선 투우사의 솜씨로. - P11
황홀경 속에서 반짝이는 것, 기쁨, 기쁨은 시간의 성분이고 순간의 본질이다. 그리고 순간 속에 순간의 있음이 있다. 나의 있음을 붙잡고 싶다. - P12
내 주제는 ‘순간‘일까? 내 인생의 주제.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애쓰는 나는 무수한 시간을 흘러가는 순간들의 수만큼 나눈다. 나 자신처럼, 혹은 너무도 부서지기 쉬운 찰나들처럼 조각내는 것이다—나는 오직 시간과 함께 태어나고 시간과 더불어 성장하는 삶만을 다짐한다: 나는 오직 시간 그 자체 속에서만 충분한 공간을 가질 수 있다. - P12
나는 둥글고 돌돌 말리고 따뜻한 것, 그러나 가끔은 새로운 순간들처럼, 늘 떨리는 시냇물처럼 차가운 것을 쓰고 있다. 내가 이 캔버스에 그려 놓은 것을 말로 옮길 수 있을까? 소리 없는 말이 음악의 소리에서 암시를 얻을 때처럼. - P13
내가 어떻게 음악을 듣는지, 거기에 대해서는 당신에게 아직 말해 주지 않았다—전축에 가만히 손을 올려 놓으면 손이 진동하면서 온몸으로 파동을 보낸다: 그렇게 나는 진동이 품은 전기電氣를, 현실이라는 영역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토대를, 내 손 안에서 떨리는 세상을 듣는다. - P14
내가 ‘나‘라고 말하는 건 감히 ‘당신‘이나 ‘우리‘ 혹은 ‘누군가‘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겸허해지라고 강요 당한 나는 나 자신을 개인으로, 하찮은 존재로 만들고, 하지만 나는 (당신)이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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