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조제핀? (조제핀이 소스라치며 일어난다.) 조제핀 미안해! 너무 많은 이름을 외워서 잘 때 누군가를 암송하지 않으면 잠들 수가 없어, 절름발이를 위한 자장가야,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에게 불행은 끔찍한 거거든. 시몬. 시몬. 들었지, 그게 어떻게 소리 나는지? 내 이름을 되 뇌면서 오랫동안 걸었어, 왜냐하면 그걸 말할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거든. 조제핀, 조제핀, 조제핀···. 나는 음산한 날씨에 항구나 별도 없이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된 것 같아. - P150
마시 조제핀, 네 앞에 펼쳐진 걸 바라볼 때 뭐가 보여? 조제핀 피와 거꾸로 흐른 피. 그리고 오래전에 사라진 우리. 우리가 위치한 곳에서 대참사가 벌어진 한복판에서 다른 사람들은 가치와 아름다운 것을 찾게 되겠지. 답은 찾지 못하고 그들은··· 우리 이름을 찾는 거야! 만 년 전에 쓰러져 간 이들의 이름을! 그들이 빼앗기거나 태우거나 버리지 않도록 어디에 숨길까, 누구한테 맡기지! 내가 영원히 간직할 수는 없어, 무거워, 너무 무거워! - P151
난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지기 전에도 여전히 구별할 수 있어, 바다의 재해나 다 른 사람들, 살아 있는 사람들, 인생의 배 위에 머물거나 길을 계속 떠나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땅 위에 머물고 싶어. 땅 위에 머물고 싶다. 바람 부는 대로 떠나고 싶지 않아. 파도가 원하는 대로 휩쓸려 가고 싶지 않아. 더럽고 비겁한 인간처럼, 아무 곳이나 아무렇게나 끌려가는, 낙오자처럼. 이 광활함 속에서 잔인한 물고기에 배의 스크루에 암초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고 싶지 않아. 그러고 싶지 않아. - P164
아메 오, 아니야! 저런! 어떤 사람이나 어떤 걸 묻는 것으로 우리 삶을 보낼 수 없잖아! 수평선을 봐, 난 수평선처럼 되고 싶어! 내일 우리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거라는 걸 말하고 싶은 거야! 천 년 동안 말이야, 백 년, 십 년, 열 달, 열흘, 열 시간, 십 분 동안에, 지금 당장 말이야! - P174
아버지 아! 만약 내가 바다 위의 하얀 새였다면. 깊은 빛 속을 향해 빠져 들어갔을 텐데. 진정한 고독을 느꼈겠지, 구름이 어디로 가는지 알게 될 테고, 낯선 곳으로 한꺼번에 나아가는 거대한 빙하를 보겠지. 나는 오래된 것들의 비밀 속에 있겠지.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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