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자안 먼 곳에 있는 별이 우리 삶이 바뀔 거라고 전하기 위해 몇 센티미터 앞까지 다가온 게 느껴져. 여기에 뭐 하러 온 거니, 이스마일의 아들아? - P79
(목소리가 외친다. "교차로에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 윌프리드 저건 뭐죠?! 와자안 닷새 전부터 외치고 있는 시몬이야!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러 온 마을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지. 윌프리드, 네가 온 이곳은 별난 곳이야, 사람들은 슬프지, 더 이상 아무것도 듣고 싶어 하지 않아, 음악이나 노랫소리, 아무것도, 노인들은 늙었고 조용하길 바라, 하지만 시몬은 목이 터져라 외쳐 대, 한밤중에 말이야, 시몬은 아랑곳하지 않거든, 그 애는 야위었고 못 생겼고 외톨이야, 화가 나 있으며 사람들 머리를 깨 부수려고 노래를 부르지. - P80
와자안 시몬, 넌 기적을 바라고 있는 거야. 시몬 우리 모두 기적을 필요로 하잖아요. 아저씨 같은 어른들은 기적을 봤죠,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이 나라를 경험했잖아요, 그런데 전, 저는 폭탄 속에서 태어 났어요, 하지만 나는 확신해요, 삶은 폭탄 같은 게 아니라는 걸. - P86
사베 왜 내가 다른 곳도 아닌 이곳에 있냐고! 죽지도 않고 태어나지도 않았어, 다른 곳, 다른 나라, 다른 시대, 다른 시간에 동물이나 식물, 미네랄도 아닌 지금 이 모습으로 왜 내가 여기 있는 거냐고? 방대한 질문이네, 너무 넓게 물어보는데! 내가 이곳에 있다면 그건 바로 내가 다른 곳에 있지 않기 때문이야. 올바른 설명은 아니긴 한데, 이런 슬픈 시기에 너한테 들려줄 만한 더 나은 답을 갖고 있지 않아. - P110
시몬 들어 봐! 사베 그 사람이야! 윌프리드 누구? 사베 내 친구. 아메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그 친구. 사베 낯선 친구들이 가장 멋지지. - P122
아버지 아! 꿈이군! 기사 아! 망자네요! 아버지 기사, 우린 아무런 존재도 아니야, 아무런 존재도! 우리가 찾는 건 바로 이 모든 거지. 망자의 말이야. 기사 말하는 건 쉽죠. 한데 실행하는 건 쉽지 않아요. 꿈이 말하는 겁니다. - P139
사베 미친 건 우리지만 우리를 미치게 만든 건 그 사람들이지! 써 봐. 난 사베고 아버지는 참수당했지, 계곡 아랫마을의 미친놈이야! 마시 난 마시라고 해, 어디 출신인지 어디서 태어났는지 전혀 아무것도 모르는 난폭하게 구는 미치광이지! 아메 난 아메야. 아빠를 피 흘리게 하고 엄마를 죽게 한 미친놈이야! - P144
마시 아메, 안 갈 거야? 아메 뭐 하러 가! 마시 아메, 심연의 구렁으로 떨어질 때 거꾸로 떨어지는 게 더 나아. 떨어지려면 햇빛 쪽으로 떨어져야 그게 바로 득이거든. 배로 떨어지면 네 눈이 심연의 어둠에 달라붙어, 그럼 진 거지. 가자. - P146
아버지 기사, 왜 내 아들이 저렇게 쌀쌀맞게 말하는 거야? 기사 시대가 그런 거죠, 누워 있는 사람들의 시대하곤 달라요. 아버지 모든 게 단순한 게 아니군···. 기사 그렇게 말하려던 건 아닌데! 아버지 말해 봐, 그 애가 뭘 꿈꾸는지? 기사 훕! 그 애는 잠을 잘 못 자요, 눈을 감으면 공허한 거죠. 아버지 이게 무슨 상황이람, 정말이지! 기사 죽거나 꿈꾸는 것.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아버지 아무 차이도 없지. 기사 그래서요? 아버지 아무것도 아닌 거지! 기사 좋은 거네요. 아버지 맞아, 좋지. 이리저리 해 봐도 내가 쇠약해지는 걸 멈출 수가 없어. 기사 자연의 법칙은 냉혹하잖아요. 아버지 왜 나를 태양빛에 하얘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 거야! 기사 새들이 눈을 파먹잖아요. 아버지 죽음은 보잘것없는 게 아니야. 기사 삶도 마찬가지죠!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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