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얘기하기 가장 어려운 컬렉션은 당연하게도 나의 컬렉션이다. 나는 지금 그것들을 모두 붙잡고 있지는 않다. 나는 그저 수천 개의 물건을 소유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수많은 물건 중 대부분은 이제 한갓 추억으로만 남아 있지만, 나는 지금도 계속해서 찾고 발견하고 획득한다. 획득은 노름꾼이 주사위를 굴리는 것과 같은 신비한 이유로 가장 중요한 행위다. 나는 컬렉션으로 투기를 한다거나, ‘장식‘을 하겠다는 생각을 결코 해본 적이 없다. 나에게 수집은 필요불가결한 동시에 완전히 무용한 일이다. - P94
시간이 흘렀다. 나는 종종 대중보다 앞서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더없는 만족감을 느꼈지만, 그것들의 가격이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지니기도 전에 다 팔아야만 했다. 이것이야 말로 무언가를 다시 사기 위해서는 가진 것을 팔아야만 하는 가난한 컬렉터의 운명이다. - P103
그 컬렉션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가장 크고 비싸지만, 가장 의미 없는 컬렉션은 결국 박물관에 소장되거나 재단으로 향한다. 그러한 컬렉션은 애처롭게도 오직 컬렉터의 재산이나 허영심을 반영할 뿐이다. 최상의 컬렉션이란 안목과 취향, 시대를 대변한다. 리스본의 칼루스테 굴벤키안Calouste Gulbenkian 컬렉션을 비롯한 몇몇 컬렉션 은 실로 다채롭고 완벽하여, 모범이라 할 수 있다. 나이와 함께 머릿 속에 붙어버린 환멸과 지혜의 결합은 세상의 그 무엇도 우리의 것은 아니라는 엄연한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보물과 함께 땅속에 묻혔던 불쌍한 군주들의 무덤은 모두 파헤쳐졌고 보물은 약탈당하지 않았는가. - P105
1986년 웨스트 딘에 있던 작품들이 팔리기 전 며칠 동안을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 베라르의 해변에 매혹된 나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의 그림이 내게 낙찰되었을 때 너무나도 놀라웠다. 이러한 유형의 구매는, 미처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번지 점프와 같은 흥분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그림을 구매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획득과 소유의 전율은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 이제 그 그림은 내 좋은 친구 자크의 집 벽에 안전하게 걸려 있고, 나는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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