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간절한 마음이 전부였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건만 이제는 서로를 비추는 두 개의 거울처럼, 서로의, 서로에 대한 기억들만이 원망의 목소리도, 흐느낌도, 한숨 소리도, 웃음소리도 없이 순수한 묵음으로 남아 있을 뿐이니. - P173

메일에는 그녀가 짜증을 냈다는 이야기는 생략하고 왜 갈 때와 올 때 다른 선로를 타게 됐는지에 대해서만 썼다. […] 보내기 버튼을 클릭하기 전에 내가 쓴 메일을 읽었더니 그건 마치 어떤 사랑의 종말기 같았다. 그 누구도, 심지어는 사랑했던 두 사람도 기억하지 못하는, 짧고 은밀했던 사랑의 종말에 대한 보고서. - P180

애써.
사전에는 ‘몸과 마음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쓰다‘라고 나와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는 무엇도 이룰 것이 없기 때문에 몸과 마음을 다하지 않는 사이. - P187

사랑이 막 끝났을 때였다. […]
예전의 나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거기 돌아갈 수 있는, 예전의 나 같은 건 없다는 걸 지훈은 그때서야 깨달았다.
애당초 원해서 빠진 게 아니었기 때문에 원한다고 빠져나올 수도 없었다. - P1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