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단계들, 자유의지를 잠들게 하라. 해야 한다‘는 이제 그만.

병상 일기였을까? 카뮈가 자주 아팠을 것 같긴 한데. 나는 한두 가지 고질병을 거의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그 병이 주는 지겨움과 통증의 새로움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궁금했다. 누군가에게 ‘아프다‘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지겨워지는 그 기분을, 일이나 약속을 취소하면서 그만큼 아픈 게 맞는지 검열하는 자신이 지긋지긋 해지는 마음을, 병명이 변명이 되는 순간의 쓸쓸함조차 떳떳하지 못한 기억들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동시에 매번 새롭게 아프고 낯설게 아픈, 통증의 타자성을 어떻게 견디는지. - P154

병원에 갔다. 처방전을 기다리다 가 옛 슈퍼바이저 전화를 받았다. 병원이라고 했다가 자연스레 잔소리를 들었다. 아픈 것에 대해서는 꾀병이 아님을, 힘든 것에 대해서는 엄살이 아님을 증언해주는 그가 내게 하는 잔소리는 언제나 같은 맥락 속에 있다. 자신에게 매몰차지 말 것, 휴식과 게으름에도 명분을 줄 것, 무엇보다 죽음을 잊을 것. - P155

화를 따뜻하게 내는 사람이고 싶어. 남에게 밧줄을 던질 때는 반드시 한쪽을 꼭 잡고 있어야 한다는 걸 너도 알아 둬. 그래, 네가 기지개를 켤 때 앞발에 힘을 딱 줘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야.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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