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긴 세월 동안 헤어지는 중인 사람들이 있다. 그가 나를 이곳으로 불렀다.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건 내가 인간이란 종의 어떤 점을 제일 못 견디는지 알게 하는 경험이다. 나는 내게 제일 불편한 존재이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누구도 내가 나를 싫어하는 만큼은 아니다. 그래서 어떤 미움은 쉽게 포기된다. 버겁다. 다른 사람까지 미워하는 건. 그래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 나는 그를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궁금해진다. 그때 잘못 살았던 건 내 탓이었을까. 이 곳에서 다시, 혼자 내가 잘살 수 있으면 내 탓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 P144

몸의 존재방식이 달라지면 그것을 억압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취소에 의지해 살아가는 몸을 억압하기란 너무 쉽다. 시선과 한숨소리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래서 이 취소의탁자는 때에 따라 유의미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친한 이들과도 능숙하게 거리를 둔다. 일종의 자멸 메커니즘이다. 결코 아무도 믿지 못함으로 자멸이다. 약속이 취소되고 마음이 낙낙해진 김에 하는 고백이 고작 자멸 어쩌고라니. 취소는 언제나 환영이라는 고백이면 충분했을 텐데. 반복한다. 취소는 언제나 환영이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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