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는 겨울에 눈을 꿈꿨고 여름에 꽃을 꿈꿨고, 가끔 탑 꼭대기 작은 방의 열린 창문으로 나비나 눈꽃이 날아들기도 했어. 그렇지만 구름 같은 누비이불을 덮고 있어 너무 춥지도 너무 덥지도 않았지. 꿈속에서 아이다는 새들의 언어를 배웠어. 꿈속에서 어맨들라 강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해 아이다에게 와서 물이 부르는 모든 노래를 가르쳐 줬어. 폭포의 으르렁거림, 홍수의 함성, 봄비의 다정한 속삭임, 바위 위로 굴러가는 작은 시내의 행복한 옹알이, 파도가 밤과 낮처럼 일정한 리듬으로 바위를 두들기는 소리, 뺨 위로 구르는 눈물방울의 슬픈 노래. 때로는 몇 해 동안 꿈을 하나도 꾸지 않기도 했어. 어쨌든 아이다는 잤어. 그리고 또 잤어. 또 잤어. - P26
이렇게 말하기도 했지. "아침에 풀잎에 맺힌 이슬이나 땅에 떨어진 깃털이나 잎이 둘 달린 잔가지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걸 마야가 보여 주었어. 마야는 지친 말이나 두꺼비의 금빛 눈이나 초를 불어 껐을 때 생기는 연기에 눈을 돌리게 했고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게 했지. 본다는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었고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쳤어. 마야는 아름다움을 혼자 차지하려고 하지 않았어. 사방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지." - P30
백 년이 지났어. 백 번의 봄, 백 번의 가을, 어떤 사람의 삶은 시작되고 어떤 사람의 삶은 끝이 나고, 모든 사람의 삶이 하나하나 다른 이야기가 되었어. 마야의 두 아이가 또 아이를 낳았고 또 그 아이들이 아이를 낳았고 마야는 살면서 계속 그림을 그렸어. 아이들 하나하나가 또 다른 이야기, 수천 개의 다른 이야기가 되었고 주르 땅에는 비가 내린 뒤 풀잎에서 반짝이는 물방울만큼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 - P31
별이 많이 나온 어느 날 밤, 아틀라스는 사과를 잡아채는 불새의 발목을 덥석 잡았어. 그렇지만 거대하고 강력한 불새는 아틀라스를 매단 채 불꽃처럼 밝은 깃털이 무성한 날개로 날아갔지. 불새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자 아틀라스는 겁이 났어. 불새는 남자아이가 매달려 있어서 겁이 났고. 그 상태로 둘은 별이 가득한 하늘을 날아갔어. 겁에 질린 새와 아이가 두려움으로 한 덩이가 되어 밤하늘 속으로. 새는 점점 더 높이 날아올랐어. 그날 밤 불새는 산맥을 넘었고, 해가 불새의 깃털처럼 눈부시게 떠오를 즈음 지칠 대로 지쳐서 탑 꼭대기에 내려앉았어. 아틀라스는 새를 잡은 손을 놓았어. 새는 황금 사과를 놓았고 사과는 탑의 물받이 홈통으로 굴러 들어갔어. - P33
목요일이 말했어. "우주의 중심은 어디에나 있지만, 각자 자신이 있는 곳이 중심이라고 느끼죠. 그러니까 세상에는 폭풍우가 몰아칠 때 빗방울 수만큼, 혹은 비구름이 걷혔을 때 밤하늘의 별의 수만큼, 바다 아래 모래알의 수만큼의 중심이 있는 거예요. 저는 여러분 이야기를 전부 들을 거고요, 또 차도 마시고 싶네요. 화요일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우리는 지금까지 살면서 각자 약 1700만 개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이야기를 들을수록 목이 말라져요.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고 불끈 타오르게 하는 이야기도 있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도 있고 무언가를 처음으로 알게 해 주는 이야기도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놓아 버리게 하는 이야기도 있어요. 여기 세 사람도 좋은 이야기를 갖고 있네요. 노아도 곧 멋진 이야기를 갖게 될 거예요."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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