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사는 언제나 "일이 안 돼. 생각도 안 나!"였다. 그 말은 우리 사이의 신성한 주문이라도 되는 듯 울려 퍼진다. 기도요 찬양이요 관능과 회복의 길로 향하는 의식의 서문이다. 때로는 그가 화를 터트린다. "일을 못하겠어!" 혹은 내가 그렇게 말한다. 이 문장은 우리가 스스로를 가두어놓았던 고압실에 슬그머니 끼어 들어온다.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하게 부끄럽지 않고 두렵지 않은 고백이었다. 이 약점을 서로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우리는 공통으로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좀더 우월한 종류의 무능력으로 끌어올렸고 서로에게 절대 당하고 싶지 않은 판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일이라는 미명 아래 괴로워하는 건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도 다가갈 수 있는 절대적인 방패가 되었다. - P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