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상의 투사였을 뿐, 체제의 암살자나 외국인의 하수인이 아니었소이다." 그는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반복해서 말했다, 그렇게.
아니면 울적한 표정으로.
"지금은 사람들이 다들 날 욕하지!" 그리고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매번 자신은 아니라고 현재 자신을 박해하는 자들은 자신을 처벌함으로써 과거에 자기들이 저질렀던 짓을 잊을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지 말라고 암시하는 것 같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다 어느 정도 파시스트였다고, 법원의 어떤 판결도 그 진실을 절대로 지울 수 없을 거라고 말이다. - P255

무엇 때문이었을까? 왜 그랬을까? 그날 밤, 그가 깨어 있었다면 왜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걸까? 두려웠을까? 하지만 정확히 누가, 무엇이 두려웠을까? 두 사람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전혀 바뀌지 않았다. 다만 그뒤로 그는 망원경에 더 집착했고, 그 맞은편 보도를 감시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십자 말풀이나 수수께끼그림 맞추기를 얼마나 잘 하는지 보여주려고 예전처럼 위에서 그녀를 부르지도 않았다.
그는 낄낄대고 혼자 중얼거렸다. 미친 걸까? 병이 도졌는지 몰랐다. 그런 처지에서 그녀 또한 천천히 미치지 않고서, 어떻게 결혼을 이어갈 수 있었겠는가?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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