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웃었다. 즐겁다기보다 슬프게 들리는 묘한 웃음이었다. 그의 삶을 잠시 상상해 보니 가여웠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겪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 P210
어제 그녀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건 심장이 아니라 위야. 그녀가 생각했다. - P212
"영아 돌연사군요." 의사가 말했다."가끔 생기는 일이에요." 그녀는 이렇게 말한 의사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 어떤 일이든, 그녀는 용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용서는 망각을 뜻했는데 그녀는 쓰라린 경험을, 추억을 붙잡고 사는 편이 더 좋았다. 그러나 그녀는 항상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다. - P219
마거릿은 거절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차마 내줄 수 없었다. 그 뒤에 아이가 죽었고, 그녀는 결국 양막을 불 속에 던졌다. 아이가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사소한 일들이 그녀를 괴롭혔다. 아이는 걸음마도 못 해보고, 나무에 오르지도 못했고, 비 오는 여름을 보지도 못했다. 그녀는 부엌 식탁에서 하는 숙제, 금별과 은별이 붙은 연습장, 현관에 놓인 더러운 헐링 채, 블레이저를 맞추기 위해 어깨 치수를 재는 것을 당연한 미래로 여겼다. 그랬는데 소리도 없이 시야에서 벗어나는 무언가처럼 미래가 지워졌다. 사라져 버렸다. - P220
그녀는 차를 타고 성당으로 가서 아이의 영혼을 위해 초를 켰다. 그녀가 성당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나이 많은 여자가 고해소 밖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마거릿은 성 안토니오 발치에 초를 놓고 불을 붙인 다음 제일 앞줄에서 무릎을 꿇고 강론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배 속에서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사제가 거기 서서 강론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마거릿은 기도를 드릴 생각이 아니 었지만 무릎이 아파서 고개를 들어 보니 나이 많은 여자는 사라지고 아이들이 첫영성체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자 애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절대 보지 못할 아이의 얼굴을 찾았고, 성당 포치에 놓인 성수대에서 셰리 병을 성수로 채워 광장을 가로질렀다. - P221
다른 인간과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마거릿은 크리스마스 이후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고,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다가 자기 말을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 그 사이에 놓인 모든 오해의 가능성을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 아주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223
해수면에서 파도가 계속 부글거렸다. 바람은 강하지 않았지만 멎지도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그 무엇도 멈추기를 바라지 않았다. 스택은 머리카락이 풍성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농의 딸에게 그 오랜 세월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난 사랑에 빠진 적이 없어요." 그가 말했다. "나한테는 조지핀밖에 없어요." "내 마음이 아프려고 하네요."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당신 마음은 이미 아프잖아요." - P226
바다는 성내지 않았다. 파도는 매번 절벽 앞에서 제동을 걸고 여정이 끝나기 직전에 속도를 늦추는 것 같았지만 앞선 파도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듯이 다음 파도가 계속 밀려왔다. - P226
그녀는 미친 사람들이 세상에 있어서 기뻤다. 마거릿은 그를 바라보면서 자신도 약간 미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가 모퉁이를 돌자 타조들이 번화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이 보도에 서서 지나가는 타조들을 바라보았고 머리를 땋은 어린 소녀가 막대로 타조를 몰았다. 그래, 미친 거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마거릿이 생각했다. 때로는 모두가 옳았다. 미친 사람이든 제정신인 사람이든 대체로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며 자신이 원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 - P233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요?" 그녀가 말했다. "네." "나도 그래요." "정말 다행 아닌가요?" - P2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