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그를 집으로 초대했다. 당신이 감자튀김을 가져오면 내가 불을 피우고 주전자를 올릴게요. 그들은 타오르는 난로 앞에서 저녁을 먹었다. 식탁에 노란 식탁보가 깔려 있었다. 그녀가 고리버들 매트를 깔고 소금과 후추, 따뜻한 접시를 내놓았다. 포크와 나이프가 은빛으로 반짝였다. 그녀의 침실에는 디오더런트 향기가 맴돌았고 작은 촛불이 켜져 있었다. 커튼 너머로 전조등 불빛이 지나갔다. 새벽에 그가 잠에서 깨보니 그녀가 그의 가슴에 손을 얹고 잠들어 있었다. 당시 그는 레이든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 그는 중심가로 가서 우유와 얇게 저민 햄을 샀고, 남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 P74
"신경 쓰지 마." 그가 말한다. "무슨 상관이겠어. 우리가 죽어 없어진 뒤에도 땅은 그대로 남아 있을 거야. 우리야 땅을 빌려 쓰는 것밖에 더 돼?" - P76
"누구든 무슨 말을 못 하겠어, 그냥 하는 말이지–" "내가 밖으로 나가서 대문을 열고 말을 쫓아냈어요." 브래디가 말한다. "그녀가 기회를 한 번 더 줬지만 예전 같지 않았죠. 예전과 전혀 달랐어요." "세상에." 레이든이 몸을 물리며 말한다. "자네한테 그런 면이 있는지 몰랐군." - P77
그가 침대에 들어가 점퍼를 벗는다. 신발도 벗고 싶지만 두렵다. 신발을 벗으면 아침에 절대 다시 신지 못할 것이다. 그는 이불 밑에서 몸을 웅크리고 커튼이 없는 창문을 바라본다. 이제 겨울이다. 저 밖에서 뭘 하는 걸까? 텃밭에서 바람이 피리 소리 비슷한 끔찍한 소리를 내고 어딘가에서 짐승이 울부짖는다. 그는 매케이드의 개가 내는 소리이기만을 바란다. 브래디는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오직 그녀만을 생각한다.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곧 그녀가 돌아와서 그를 용서하리라. 굴레가 다시 옷걸이에 걸리고 식탁에 식탁보가 깔리겠지. 그의 마음 속에서 은빛이 잠시 번쩍한다. 잠이 그를 덮칠 때 이미 그녀가 거기 있다. 그녀가 창백한 손을 그의 가슴에 올리고, 그녀의 검은 말이 그의 들판에서 다시 풀을 뜯는다. - P78
"나랑 결혼하는 거 생각해 볼래요?" 이 질문이 공중에 떠 있는 동안 마사는 망설였다. 디건은 오락실을 등지고 서 있었다. 그의 등 뒤로 불빛이 너무 밝아서 마사는 그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슬롯 머신과 가끔 넘치는 동전을 조금 밀어내서 누군가 돈을 따게 해주는, 동전이 가득 쌓인 선반밖에 없었다. 밴에서 아이가 솜사탕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사람이 점점 줄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는 중이었다. - P85
가끔 헛간에 서서 씨앗을 쪼는 닭들을 바라보며 행복감을 느 끼다가도 이내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1년이 지나기도 전에 그녀는 결혼 생활의 공허함을 쓰라리게 느꼈다. 침대를 정리하는 공허함, 커튼을 치고 여는 공허함. 이제 마사는 결혼하기 전 그 어느 때보다도 외로웠다. - P87
그해 여름에 마사의 장미는 진홍색으로 피어났지만 오래지 않아 바람에 꽃이 송이째 다 떨어졌고, 마사는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그녀가 가진 것은 결혼한 뒤로 거의 말도 하지 않는 남편과 빈집뿐이었고, 자기 앞으로 들어오는 수입도 없었다. 마사는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했다. 무엇을 기대했을까? 그녀는 감정이 점점 크고 깊어져서 사랑이 될 줄 알았다. 지금 마사는 친밀함을, 오해를 뛰어넘는 대화를 간절히 원했다. - P89
아주 드문 일이었지만 이웃 사람이 찾아오면 마사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실 그녀는 이야기를 제일 잘했다. 그런 드문 밤이면 이웃들은 그녀가 허공에서 무언가를 잡아채듯 문득 떠올리고는 눈앞에서 그것을 깨뜨려 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기억에 남는 것은 늘 인상적이었던 낡고 멋진 집도, 그 집을 소유한 걱정스러운 표정의 남자도, 별난 10대 아이들도 아니고, 밤이 깊어질수록 진갈색 머리카락이 점점 헝클어지는 여자와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를 잡아채는 그녀의 창백한 손이었다. 그녀가 난롯가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초록색 자두처럼 점점 무르익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가끔 밤 속으로 나가기가 무서워졌기 때문에 길이 끝나는 곳까지 디건이 그들을 데려다주어야 했다. 그런 밤이 끝나면 항상 여자를 침대로 데려가서 그녀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것임을 그녀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확인시켰다. 그는 가끔은 그녀가 이야기를 잘하는 것이 그 때문이라고 믿었다. - P91
집이 골짜기에 서 있고 벽이 기껏해야 판지 두께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죽고 형제들이 떠나자 디건은 감상적인 기분이 들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어린 시절 내내 어머니가 커튼을 친 방에만 누워 있었다는 사실이나 아버지가 네 멋대로 굴지 말라며 매를 들던 밤이 아니라 더 간단한 것들, 명백한 사실이었다. 아하울 길가에 일렬로 늘어선 오크 나무는 증조부가 심었다. 아이들이 그네를 아무리 높이, 아무리 세게 타도 가지가 부러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남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알았다. 이 땅이 아내와 자식들보다 더 큰 만족감을 준다는 것을. - P92
디건은 이제 중년이다. 이쯤 되면 어떤 사람은 인생의 많은 부분이 끝났다고, 한정된 선택지 안에서 살아야 하는 내리막 길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다르다. 디건에게 은퇴는 그가 감수한 모든 위험에 대한 보상이다. 연금이 나올 때 쯤이면 자식들은 다 컸으리라. 그는 집에서 쓸 쇼트혼 소 한 마리만 데리고 아하울에서 사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는 내킬 때 일어나서 돌을 정리하고 과수원 담벼락을 손볼 것이다. 삽을 꺼내서 오크 나무도 더 심을 테다. 돌담이, 오크 나무의 파란 그림자가 벌써부터 느껴진다. 첫째는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아 성을 물려줄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일찌감치 은퇴해서 그토록 갈망하는 편안한 삶으로 물러날 때까지 디건은 자식들을 키우고 생활비를 내고 한참 일해야 한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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