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대가족을 원하지 않았다. 가끔 화가 나면 당신을 양동이에 넣어서 물에 빠뜨려 죽이겠다고 했다. 어렸을 때 당신은 슬레이니강으로 끌려가서 어머니가 당신을 양동이에 넣어 강둑에서 던지는 것을, 양동이가 잠시 둥둥 뜨다가 가라앉는 장면을 상상했다. 당신은 나이가 들면서 그 말이 그냥 하는 말임을 알았고, 너무 끔찍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가끔 끔찍한 말을 했다. - P15
큰언니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좋은 기숙학교에 들어가서 교사가 되었다. 유진은 공부를 잘했지만 열네 살이 되자 아버지가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농사일을 시켰다. 사진을 보면 장남과 장녀는 옷을 잘 차려입었다. 새틴 리본, 짧은 바지, 두 눈 속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태양. 자연의 흐름에 따라 아이들이 줄줄이 태어나는 대로 먹이고 입히고 기숙학교에 보냈다. 가끔 공휴일과 주말이 이어지면 집으로 돌아왔다. 선물과 낙관주의를 안고 오지만 낙관주의는 금방 시들었다. 언니와 오빠 들은 모든 것을, 여기서 살던 추억을 떠올리다가도 아버지의 그림자가 바닥을 가로지르면 뻣뻣하게 굳었다. 언니 오빠들은 집을 다시 떠나면 치유받는 것 같았고, 빨리 가고 싶어서 안달 이었다. - P16
이제 당신은 층계참에 서서 행복을, 좋은 날을, 즐거운 저녁을, 친절한 말을 기억해 내려 애쓴다. 작별을 어렵게 만들 행복한 기억을 찾아야 할 것 같지만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 대신 키우던 세터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을 때가 기억난다. 어머니가 당신을 그의 방에 들여보내기 시작한 즈음이었다. 헛간에서 어머니가 반으로 자른 나무통 위로 몸을 숙이고 자루를 물속에 넣었고, 결국 낑낑거리는 소리가 멈추고 자루가 고요해졌다. 강아지들을 물에 빠뜨려 죽인 날,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당신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 P17
벚나무가 휘어진다. 바람이 강할수록 나무도 강해진다. 양치기 개들이 당신을 쫓아온다. 당신은 꽃밭을 지나고 배나무를 지나 자동차로 걸어간다. 포드 코티나 승용차가 밤나무 그늘에 세워져 있다. 디젤 연료통 옆에서 야생 민트 향이 난다. 유진이 시동을 걸고 농담을 하면서 차를 몰기 시작한다. 당신은 핸드백, 비행기표, 여권을 다시 본다. 넌 거기 도착할 거야, 당신이 스스로에게 말한다. 사람들이 마중을 나올 거야. - P21
당신이 철조망 을 다시 칠 때 암망아지가 들판 가장자리를 따라 달려와서 울타리에 몸을 기대고 히힝거린다. 붉은 기가 도는 밤색에 한쪽 발만 양말을 신은 것처럼 하얗다. 당신은 비행기표를 사기 위해서 이 암망아지를 팔았지만 내일은 돼야 데려갈 것이다. 그것이 조건이었다. 당신은 암망아지를 물끄러미 보다가 돌아서지만 다시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당신의 시선이 자갈길을, 타이어 자국 사이의 초록색 풀을 지나 개신교 시절부터 남아 있던 화강암 기둥을 따라 올라갔다가 저 너머 당신을 마지막으로 보러 나온 어머니에게 닿는다. 어머니는 겁쟁이처럼 살짝 손을 흔든다. 어머니가 자신을 남편과 같이 여기 남겨두고 떠나는 당신을 용서하는 날이 올까 궁금하다. - P22
이쪽은 조명이 더 환하다. 향수와 볶은 커피콩 향기, 비싼 것들의 냄새가 난다. 당신은 태닝 로션 병들을, 선반 가득 늘어선 검은 안경들을 알아본다. 모든 것이 흐릿해지지만 당신은 계속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티셔츠와 면세점을 지나 게이트로 향한다. 마침내 게이트에 도착하니 거의 아무도 없지만 당신은 여기가 맞다는 걸 안다. 당신은 또 다른 문을 찾다가 여자의 신체 일부를 알아본다. 문을 밀자 열린다. 당신은 환한 개수대와 거울을 지나친다. 누군가가 괜찮냐고 묻지만–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다–당신은 또 다른 문을 열었다가 닫을 때까지, 칸막이에 안전하게 들어가 문을 잠글 때까지 울지 않는다. - P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