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켜진 초 근처로 다가갔을 때 둘은 남은 닭고기 조각들을 싸고 있는 껍질 같은 것이 수십 마리의 바퀴벌레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바퀴벌레들은 마른 잎처럼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식탁 위로 흩어져 달아났다. 둘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마르타는 이런 경우, 딱 이런 경우에만 집에 남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마리아는, 이미 의자 위에 올라가 치맛자락을 허리까지 뭉쳐 올리고 선 마리아는 귀신이라도 씐 것처럼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하더니 아니라고, 바퀴벌레가 낫다고, 집에 남자 하나 있느니 세상 모든 바퀴벌레를 들이겠노라고 말했다. - P128
마르타에게 믿음이란 단어는 이미 혀 속에서 똥 맛이 났다. - P136
어느 날 남자는 죽었다. […] 그가 고독 속에서 단말마의 고통으로 신음하도록 두었다, 오빠가 뼈만 남아 앙상한 손을 그녀를 향해 뻗었음에도, 아마도 같이 가자는 듯이, 아니면 손을 잡아달라는 듯이. 그의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손 위에 마치 작은 새가 날아와 앉듯 그녀의 살아 있는 손을 올려놓아 달라고, 땀을 닦아달라고, 다만 그의 이마 위에 눈물 몇 방울이라도 흘려달라고, 작은 다이아몬드와도 같은 눈물 두 방울만이라도, 죽음 저편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곳에 가져다 바칠 수 있게. 단말마의 고통을 겪는 자들은 신음하고 몸부림치고 운다. 천국과 지옥에 대해 사람들이 했던 모든 말들이 다 거짓말일까 봐. 아니면 오히려 모두 진실일까 봐. - P138
테레사 여사의 운전기사가 와서 알리 아가씨를 일으키는 걸 도왔는데 그 남자가 등장하자 마치 악마라도 본 것처럼 광기 어린 발작을 일으켰어. 모두를 할퀴고 물어뜯고 울고불고 난리였지, 알리 아가씨가 그 남자를 보더니 미쳐 날뛰기 시작하는데 꼭 공포에 질린 황소 같았어, 성난 백 킬로의 거구가 그렇게 날뛰니까 말이야. 결국 욕실로 데려 가기 위해 그녀를 묶어야만 했지. 운전기사가 돌아가고 나니까 그제야 알리 아가씨는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어, 우리도 그 이유를 알겠는데 왜 어머니면서, 테레사 여사는 그걸 모를까 몰라, 왜 항상 아가씨한테 올 때 남자를 데려오냐고. - P151
가라고. 문 좀 닫아줘요, 제발, 다시 못 들어오게. 문이란 문은 다 닫고 자물쇠를 채워요, 애들한테 못 가게 해요, 알리시타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해요, 나는 다 보여, 나는 다 보여, 다 들려, 내가 다 안다고. 뭘 안다는 거예요, 아가씨? 뭐가 보여요? 갑자기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 - P155
어머니 테레사 여사가 오면 알리 아가씨는 벽 쪽으로 돌아누워버렸고 가끔은 그 자세로 오후를 다 보내곤 했어. 여사님은 혼자 오면 심심할까 봐 그랬는지 친구들을 데려오곤 했어, 자기 딸이 사람들 오는 걸 싫어하는 게 분명했는데도 말이야. 아가씨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가만히 누워만 있었어, 마치 흰 천을 덮어놓은 시체처럼. 우리들은 쉬지 않고 커피를 내리고 물잔을 갖다 나르고 다이어트 콜라를 내가고 과자를 내가고 백화점에 있는 카페에 디저트를 주문했지. 테레사 여사의 친구들은 자기들이 찾아와 수다나 떨고 남들 험담이나 하는 게 알리 아가씨에게 좋을 거라고 믿기라도 했나 봐. 그런데 우리가 가끔 아가씨 방에 들어가보면 말이야, 아가씨가 꼼짝도 안 하고 비참하게 누워만 있어, 마치 줄 묶인 짐승처럼. 또 어떤 때는 붕대를 감지 않은 얼굴 한쪽에 눈물 자국이 가득했지. 사모님들이 다 돌아가고 나면 어찌나 살 만하던지. - P157
알리 아가씨는 그저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고. 아가씨 어머니가 와서 같이 지냈는데 아가씨는 입을 닫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우리랑만 있을 때에나 가끔 눈을 뜨고 알리시타의 안부를 물었어. 우리가 알리시타는 잘 지낸다고 하면 우리에게 딸을 보게 해달라고 부탁하곤 했지. 그러고는 울음을 터뜨리곤 했는데 그러면 어머니가 우리에게 약을 먹이라고 시켰어. 어머니의 의사 친구가 약을 줬거든, 눈이 풀린 채 침만 질질 흘리게 만드는 약. 우리는 아가씨가 그냥 우는 것이 낫지 않나, 알리 아가씨는 평생 울어도 모자랄 만큼 울 일이 많아 보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머니 생각은 달랐는지 무슨 사탕 먹이듯 약을 먹였어. 시도 때도 없이. 우리는 아가씨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마음이 아팠어, 괴물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 P160
말을 해야 할 때가 있고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이 여자들은 오래전에 행동하기를 그만두었다. 험담은 마치 유령처럼 그들의 안방을 드나든다. - P167
그녀들은 자기 자신은 보지 못하는데, 만약 볼 수 있다면, 만약 실제로 육신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면, 새하얀 소파에 앉아 호화로운 물건들에 둘러싸인 채 슈퍼마켓에서 만나면 애정을 담아 인사를 건네곤 하는 여자를,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를, 남자애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자기 자식들의 반 친구를 그렇게 뜯어 먹는 모습을 보고는 분명 혀를 자르게 될지 모른다, 아니 반드시 잘라야 할 것이고 그렇게 자르고 나서는 자른 혀를 카카오 말리듯 잘 말려 목에 걸고 다녀야 할 것이다. 썩어빠진 스스로의 모습을 기억하게 하는 목걸이 장식. 하지만 모든 건 전과 다름이 없다. 사람들은 자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없고 바로 그것이 모든 공포의 근원이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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