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동생은 저기 있어야 해." 엄마가 갑자기 화를 내며 말했다.
그리고 나는 집에 돌아오는 내내 울기만 했다. 왜냐하면 엄마도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에. - P107

너는 안다, 아니 네가 아는 유일한 것은 그 없이 살 수는 없으리란 것이다. 네가 모르는 것, 앞으로도 결코 알 수 없는 것은 그가 너를 사랑했는가이다. 그건 한 번이라도 사랑 받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너의 어머니는 야위고 헐벗은 코흘리개인 너를 두고 떠나갔으니까. 비에 젖은 짐승처럼 너는 할아버지 할머니 집 대문 앞에 남겨졌다.
남자를 찾으러 가버린 거라고,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이 한쪽으로 입을 가리고 수군댔다.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하던 말은 곧, 한참 지나지도 않아 너에 대한 말이 되어, 꼭 끼는 옷처럼 너를 옥죄고 역병처럼 너를 전염시켰다. - P110

너는 역시 모른다, 너의 어머니가 너를 그녀 자신으로부터 구하고 싶었던 건지를. 네가 물려받은 것, 축복처럼 보이기도 저주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들로부터 구하려고 했는지를. - P110

그는 너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다. 그는 깨끗한 물이 담긴 대야를 청하더니 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여성스럽고도 섬세한 손길로 너의 상처 입고 더러운 발을 씻겨주었다. 너는 네가 왜 그때 그런 결심을 했는지 결코 알 수 없었는데, 아마도 살면서 누군가가 너에게 — 바로 너에게, 폭력이 낳은 아기이자 잔인함의 딸이며, 상처 입은 여자들의 밤이 키운 공주인 너에게 — 처음 해준 다정한 행동 때문이었겠지만, 너는 그 순간 그에게 네 인생을 바치겠다고,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게 뭐든, 그의 손에 묻은 진흙이 되는 일이든, 그의 것이 되는 일이든, 그의 노예가 되는 일이든. - P114

그의 앞에 있었던 건 너였다.
그리고 그의 앞에 있는 너는 특별한 여자였다. 모든 여자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여자.
그리고 분별력이 별로 없는 개조차 자신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사람을 충직하게 따르기 마련인데, 너라고 그가 가는 길이 다름 아닌 지옥이라 해도 그를 따르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그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가 사람들에게 한 약속들을 실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불가능한 일까지도 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너는 사랑에 감사하는 개처럼 그의 발치에 앉아 그를 바라보고, 사랑에 미쳐 넋을 잃고 그의 이야기를 듣곤 했다. 마치 그의 입에서 포도송이가, 꿀이, 재스민꽃이, 새들이 나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 P115

그가 너를 보았다, 그가 분명 너를 보았다고 확신한 너는 네 마지막 숨을 다해 — 너는 죽어가고 있었다 — 그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고 그의 이름을 부르고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사랑이라는 말은 천장에 종유석처럼 매달렸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모랫바닥 위에 무릎을 꿇고 경배의 말을 외치며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 쥐는 그의 열광적인 신도들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그는 결코 뒤돌아보지 않았다. - P121

포도주. 해방된 두 여인. 마르타는 마리아에게 말하고 싶었다. 우릴 봐, 우릴 봐봐, 우리가 이럴 수 있는 거야, 이렇게 즐기고 있다니, 오늘 우린 여전히 상중이니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어야 했는데, 집은 검은 천들로 뒤덮여 있어야 했고. 그런데 지금 우리 둘만 남겨졌잖아, 동생아, 그 뿐이니, 집안에 남자 하나 없이 우리 둘만 남겨졌다고, 원래는 어미 잃고 남겨진 강아지들처럼 벌벌 떨고 있어야 했는데. - P124

그런 아빠 때문에 모두가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이전과는 다른 가족으로 변해버렸다. 어쩌면 그런 성스러운 단어조차 쓰면 안 되었던 것 같다. 가족이라니.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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