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나의 엄마가 디아나에게 다가온다. 손을 번쩍 들고 다가온다, 디아나를 때리려고. 나는 사랑 때문에 절망적으로 소리친다. 아니에요 선생님, 제가 그랬어요, 레코드판을 튼 건 저예요. 그러자 그녀는 어쩔 줄을 모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그대로 멈춰 선다. 공중에 손을 높이 들고 있는 모습이 횃불만 없는 자유의 여신상 같다. 그녀는 자신이 나의 선생님이라는 것을 자각했고 선생님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 —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집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 보는 눈이 없을 때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일 — 을 하고 있는 걸 내가 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없이 방을 나간다. - P57

나는 디아나 부모님 침실 문을 연다. 방 안은 마치 농도 짙은 액체, 무슨 방부액 같은 것이 담긴 수족관 같았다. 공기 중에는 실밥 같은 먼지가 떠다니고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시큼하면서 달큰한 썩은 내, 최루가스, 천 개쯤 되는 담배꽁초, 오줌, 레몬, 표백제, 생고기, 우유, 과산화수소수, 피 냄새. 빈방에서 날 수 있는 냄새도 아니고 부모님 침실에서 보통 나는 냄새는 더더욱 아니다. - P61

그것은 머리가 달린 괴물이다. 잔뜩 성이 난 누런 이빨. 그의 얼굴이 내 얼굴 가까이 붙어 있다. 썩은 고기에서 나는 악취가 풍긴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마구 내뱉고 짐승 소리를 내고 으르렁거리고 쌕쌕거리는 소리를 내고 내 얼굴에 침을 흘린다. 손으로 내 목을 한 대 치더니 목을 조르는데 그 붉게 충혈된 눈을 보니 나를 죽일 것 같고 나를 증오하는 것 같고, 그러니 나는 죽을 것이다. 나는 죽을 거야.
신이시여.
제발, 나는 속으로 말한다, 제발. - P63

고향에 돌아가는 일이란, 모두가 알고 있듯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포옹을 하고 눈물을 훔치고 나면 진정한 재회의 순간, 우리는 사실상 이미 달라진 사람들인데 예전처럼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면서 상대방을 마주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아니면 아무도 제대로 마주하지 않는 순간. 아이고 예뻐라, 진짜 맛있네,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가식의 말들이 오간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없는 곳에서 우리를 찾고, 우리는 그들이 없는 곳에서 그들을 찾는다. 여기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 P67

나는 이웃집, 그 이상한 오빠의 집 문을 두드린다. 왜냐하면, 우리 집과 불과 열 발짝 떨어진 곳으로 오면서 나는 혼잣말로 쌍둥이 자매들 소식이 궁금하다고 되뇌었지만, 사실 그의 소식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해외로 이민 간 가족의 잊힌 아들. 그 남자. 내 어린 시절의 그 소년.
[…]
그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그가 누구인지 내가 안다는 것이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결코 길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느낀다. 나는 떠난 적이 없고 그는 남겨진 적이 없다. - P68

그 둘이 방에 없을 때 — 예를 들자면 화장실을 동시에 가거나 동시에 목이 마르거나 하니까 — 나는 복도에 나가 있곤 했는데 그런 어느 오후에 누군가 복도에 있는 방문 하나를 열고 나왔고 그렇게 나는 둘째 오빠, 그 이상한 오빠를 알게 되었다. 그는 뭐 하나 좀 보여줄까, 하고 내게 물었고 나는 네, 라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나는 평생 뭔가 보는 것을 좋아했고 남자들에게는 항상 네, 라고 말했으니까.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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