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토니는 호숫가에 우두커니 서서 정면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호수는 기름처럼 묵직했다. 간간이 잉어나 곤들매기가 지나갈 때마다 벨벳 같던 수면이 우그러졌다. 소년은 코를 킁킁거렸다. 공기에서 열을 잔뜩 품은 흙과 진창 냄새가 났다. 7월이 이미 떡 벌어진 소년의 등짝에 주근깨를 뿌려 놓았다. 소년이 걸친 건 낡은 축구 유니폼 반바지와 짝퉁 레이밴 선글라스가 전부였다. 날씨가 까무러칠 듯 무더웠지만 그게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 - P13

사촌은 가타부타 대답이 없었다. 그의 피부 아래로는 근육이 울퉁불퉁 불거져 나와 정확히 따라 그릴 수 있을 정도였다. 가끔씩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 사촌의 접힌 겨드랑이 틈에 앉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말이 귀찮은 등에를 쫓듯 피부가 움찔움찔했다. 앙토니는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하고 근육도 탄탄한 사촌의 몸이 부러워 저녁마다 방에서 윗몸 일으키기며 팔 굽혀 펴기를 해 봤지만 아무리 해도 사촌 같은 근육은 생기지 않았다. 앙토니의 몸으로 말하자면 여전히 두툼하고 둔탁한 스테이크 덩어리 같았다. 언젠가 학교에서 축구공을 펑크 내는 바람에 자습 감독 보조 교사한테 한 소리 들은 게 억울해서 학교 수업이 다 끝난 후 잠깐 보자고 했지만 사촌의 덩치를 익히 아는 교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사촌이 쓰고 다니는 레이밴 선글라스는 짝퉁이 아니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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