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 어딘가에, 닭이 있다는 걸 안다, 왜냐하면 나는 그 냄새를 수천 킬로미터 밖에서도 맡을 수 있을 테니까. 내 인생의 냄새, 내 아버지의 냄새. 피, 남자, 똥, 싸구려 술, 시큼한 땀, 공업용 기름 냄새가 난다.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곳이 비밀 장소라는 것,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있는 감옥 같은 곳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완전히, 아주 완전히 좆됐다는 것도. - P12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 여자가 울고 있는데, 아까 울었던 여자와 같은 여자인지는 모르겠다. 뚱뚱한 남자가 총을 쏘았고 우리는 모두 바닥에 최대한 납작 엎드린다. 우리에게 쏜 것은 아니지만, 총을 쏘았다. 마찬가지다. 공포가 우리를 반으로 갈랐다. 뚱뚱한 남자와 그의 패거리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우리를 이 공간 한가운데로 몬다. - P16
나르시사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죽은 것들보다 살아 있는 것들을 더 무서워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믿지 않았다. 공포영화에서 무서운 존재란 언제나 죽은 자들, 되살아난 자들, 뭐에 씐 자들이었으니까. - P25
낮에는 아무래도 괜찮았다. 우리들은 용감했다. 하지만 밤이 되면 나르시사에게 우리 방으로 올라와 함께 있어달라고 떼를 썼다. 아빠는 나르시사 — 아빠는 그녀를 가사도우미라고 불렀다 — 가 우리 방에서 자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르시사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나르시사가 오지 않으면 우리가 내려가서 가사도우미의 방에서 자겠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바로 그게 나르시사는 무서웠나 보다. 악마나 뱀파이어보다 더. 한 열네 살쯤 되었을 나르시사는 우리랑 자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마지못해 우리 방으로 오면서 그 얘기를 하곤 했다. 죽은 것들보다 살아 있는 것들을 더 무서워해야 한다고. 우리는 그런 멍청한 말이 어디 있나 하고 생각했다. 아니 어떻게 나르시사를, 예를 들어 「엑소시스트」의 소녀 리건보다, 우리 집 정원사 페페 아저씨를 살렘의 뱀파이어나 악마의 자식 데미안보다 더 무서워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럼 늑대인간보다 아빠를 더 무서워해야 한다는 건가. 말도 안 된다. - P26
메르세데스는 정말 겁이 많았다. 새하얀 얼굴에 약골이었다. 엄마는 탯줄을 통해 들어오는 영양분을 내가 다 먹어버려서 메르세데스가 그렇게 조그맣게 태어났다고 했다. 콩알만 하게. 나는 반대로 황소처럼 태어났다고 했다. 딱 그 단어를 썼다. 황소. 그러니 황소는 콩알을 책임져야 했다. 걔한테 뭘 해줘야 하지? 나는 가끔 콩알이 되고 싶었으나 불가능했다. 나는 황소였고 메르세데스가 콩알이었다. 분명 메르세데스도 가끔은 황소가 되고 싶었을 수도 있다. 맨날 내 뒤에서만 걷지 않고 내 그림자에 숨지 않고 내가 말하길 기다렸 다가 내 말에 그냥 동의만 하지 않고 말이다. "나도." 한 번도 ‘나는‘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항상 ‘나도‘. - P28
형제자매가 있다는 건 축복이다. 형제자매가 있다는 건 형벌이기도 하다. 이것이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배운 것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누군가는 꼭 자기 형제자매를 구해낸다는 것도. - P29
나는 그들의 위선이 정말 싫었다. 못됐으면서 착한 척하고 다녔다. 그들은 학교의 모든 칠판을 나더러 지우라고 시켰고 예배당 청소를 하라고 했고 원장 수녀님의 자선 사업을 도우라고 했다. 자선 사업이란 다만 우리 부모님 같은 사람들이 준 것을 다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아니 사실 나눠준다기보다 그것들을 중간에서 빼돌려, 자기들이 좋은 생선 요리를 먹고 자기들이 푹신한 깃털 이불을 덮고 잔다고 해야겠다. 나는 계속해서 벌을 받고 또 벌을 받았다. 수녀님들은 민어 요리를 먹으면서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밥만 주냐고 물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주님께서 좋아하지 않으실 거라고, 그분이 물고기를 만드신 건 모두를 위해서였다고도 말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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