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라는 대로 하면, 새사람으로 거듭난 사람들을 선발할 때 음악에게 별 다섯 개를 주어 보내주십시오." 학자가 말했다.
아이가 얼굴을 빛내며 단호하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들에게 아주 많은 꽃을 주어 얼른 100송이가 되도록 하지."
일이 또 그렇게 이루어졌다. 황허가 서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땅으로 밤의 한기가 스며들었지만 천막 안은 따뜻했다. 학자가 다시 천막을 나가 그 차가운, 불꽃의, 겨울밤 속으로 사라졌다. 아이가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배웅했다. 학자가 밤 속으로 사라졌다. 아이가 제방에 서서 불 속을 내 달리는 용 같은 강물을 바라보았다. 아이의 얼굴에 용광로 불로는 절대 말릴 수 없는 그 강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빛과 열기가 넘쳤다. - P192

아이, 제 말을 들으십시오. 반드시 들으셔야 합니다. 앞으로 며칠 내에 어떻게든 음악과 학자에게서 열 송이, 스무 송이를 제하십시오. 특히 그들이 위신구를 떠나는 첫번째 사면 명단에 들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분명 그들은 간통범으로 죄악을 저지른 사람들이니까요. 그렇게 해야만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고 모두들 부릴 수 있으며, 당신의 권위가 의심 받는 일 없이 신의 지팡이나 지휘봉처럼 견고할 것입니다. - P199

빛이 있으라고 하자 빛이 생겼다. 신이 빛이 좋고 밝은 것을 보고 빛과 어둠을 갈랐다. 사람들이 쉽게 지치는 것을 보고 해가 있을 때는 일하고 해가 지면 쉬라고 했다. 황혼이 깔렸다. 불그레한 석양이 예전에는 서쪽 마을 입구의 대추나무에 걸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 대추나무는 강철을 만드느라 태워졌다. 나무가 전부 용광로로 들어갔다. 세상이 반들반들해 밝은 빛이 아무 막힘 없이 천지를 뒤덮었다. 차단되지 않는 석양빛이 핏물처럼 대지를 붉게 물들였다. - P205

"3~4일 내에 이 식칼처럼 단단하고 청명하게 울리는 철을 만들어야 하네. 그 강철을 가지고 성에 가야 해. 그런 철을 만들 수 없다면 더 이상 성도에 갈 생각은 말게."
태양이 사라졌다.
땅거미가 깔렸다.
세상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 P207

학자가 작은 걸상을 잡아당겨 앉았다. 학자의 행동과 견해 때문에 종교와 다른 두 교수는 놀라는 한편 질투를 느꼈다. 철을 상납하러 갔기에 아이가 지구 대표로 성에 간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았음에도 아이와 다니는 내내 왜 그런 문제를 생각하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천막 밖에는 여전히 눈이 내렸지만 안에서는 눈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크릴 창문을 통해 눈송이가 떨어지자마자 붉은 온기에 녹아 도르르 말려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종교 등은 학자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종종 창밖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바라보았다. 흘러내리는 물처럼 선명하면서 도르르 감긴 안타까움이 그들 얼굴에 배어났다. - P218

종교는 성경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리스도 탄생 일화를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종교가 수레를 끌면서 눈과 빛 속에서 길을 찾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요셉은 나사렛의 목수였고 그의 약혼녀는 당신이 가져간 그 그림 속의 성모 마리아였습니다. 그때 마리아는 아직 젊었지요. 그런데 요셉과 결혼도 치르기 전에 갑자기 임신을 한 겁니다. 요셉은 고민 고민 하다가 마리아가 부정했으니 파혼해야겠다고 결심하지요. 그런데 신이 꿈에 나타나 "걱정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 마리아 태중의 아이는 신의 권능과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 태중의 아이를 너의 아이로 길러라. 그리고 아이의 이름을 예수라 하라"라고 했습니다. 예수란 메시아란 뜻이고 메시아란 환난에서 영원히 구원해 주는 사람을 뜻합니다. - P229

아이가 수레를 밀었다. 비탈길은 보통 비탈처럼 약 40도 경사에 수십 미터 길이였다. 평소대로라면 숨을 고르고 힘껏 끌어야 했을 텐데 수레가 비탈 아래에 이르렀을 때 아이와 종교가 힘을 쓰기도 전에 평지보다 더 가볍게, 작은 힘에 스르르 굴러갔다.
오르막길이 내리막길 같았다.
종교가 고개를 돌려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가 종교를 보았다.
두 사람은 힘을 주지 않고도 수레를 끌 수 있었다. 수레는 천천히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비탈을 올라갔다. 아이와 종교 둘 다 무척 신기해했다. 그리고 함께 웃으며 손잡이를 잡고 수레를 따라 걸었다. 밀지도, 끌지도 않는데 수레가 비탈 정상까지 혼자 굴러갔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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