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이시여, 저를 미치지 않게 하소서!" 그는 내 골반과 배를 세게 주무르며 돌이 맞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나는 움찔도 하지 않았고 그랬다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분명해, 따뜻하다고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할 수 있어. 오, 여신이시여, 이것이 꿈이라면 깨지 않게 하여주소서." 그는 잠시 후에 자기 입술을 내 입술에 대고 눌렀다. "살아나라. 살아나라, 내 생명, 내 사랑이여. 살아나라." 나는 바로 이 순간, 이슬을 머금은 새끼 사슴처럼 눈을 떠 마치 태양처럼 나를 내려다보는 그를 보고 경외와 감사가 담긴 탄성을 조그맣게 터뜨려야 한다. 그러면 그가 나를 따먹는다. - P18
"정말 미안해요, 여보. 그애를 위해 내 실수를 만회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나를 밀치고 일어나 앉았다. "당신은 내가 아니라 그 아이를 생각해서 굽실거리는 거지?" 내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것 같으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은 아예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는 하얗고 매끈한 것을 좋아한다.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댔다. - P22
"그러게, 도망치지 말았어야지. "다시는 도망치지 않을게요, 목숨을 걸고 맹세해요. 당신이 떠나면 나는 견딜 수가 없어요. 날마다 당신이 다시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요. 당신은 내 남편이자 아버지이니까요." "어머니이기도 하고." "맞아요, 어머니이기도 하죠. 그리고 오라버니이기도 하고. 애인이기도 하고. 이 모든 거예요." "이게 다 파포스가 보고 싶어서 하는 소리지?" "당연히 보고 싶죠. 보고 싶지 않으면 내가 뭐가 되겠어요? 피도 눈물도 없고 파렴치한 어미가 되지 않겠어요? 당신과 여신님은 나를 그런 존재로 창조하지 않았잖아요." 나는 숨이 가빴지만 애써 티를 내지 않았다. 바닥이 딱딱해 무릎이 아팠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 P23
그가 나를 바라보며 자기 솜씨에 감탄하는 것이 느껴졌다. 자기가 이런 작품을 만들던 장면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조각상, 제목은 애원하는 여인. 이걸 팔면 아라비아의 왕처럼 살 수 있으리라. - P24
그가 손으로 뭔가를 가리키며 얼굴을 찡그렸다. "저게 뭐지?" 나는 내 배를 내려다보았다. 희미한 은색 실금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우리 아이가 남긴 흔적이잖아요. 살이 튼 자국이요." 그가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언제 생긴 거야?" "아이가 태어났을 때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었다. "보기 싫구먼." "미안해요, 여보. 여자들은 다 이래요." "당신이 돌이라면 깎아서 없애버릴 텐데." 그는 이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서 떠났다. - P25
사실 남편은 내가 말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남편 잘못은 아니다. 그에게 나는 자신의 손길로 빚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조각상에 불과할 테니까. 그랬으니, 내가 살아 숨쉬기를 바랐을 때, 그는 따먹을 수 있을 만큼 따뜻해지기만을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니 어리석지 않은가. 어떻게 내가 인간인 동시에 여전히 석상일 수 있을까. 태어난 지 11년밖에 안 된 나도 그럴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아는데. - P25
파포스가 여덟 살이던 해에 그가 가정교사를 내보냈다. "그자가 당신을 쳐다보잖아." 나는 그날 딴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파포스와 글자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그릴 수밖에요." 내가 마을에서 가장 빼어난 미인이었으니 다들 나를 쳐다봤다. 자랑 삼아 하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나야 한 게 없으니 자랑할 일도 없다. 남편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도 알고 있었어?" 나는 해명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산책을 나가지 못했다. 가정 교사는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고, 파포스는 석관을 빼앗겼으며, 낮에도 남편은 대리석을 앞에 두고 뚱한 표정만 짓고 있을 뿐 일을 하지 않았다. - P28
밤이 되면 전보다 더 거칠게 나를 다루며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당신도 다른 여자들처럼 그럴 거야?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알았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여보. 그럴 리가요.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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