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야망, 경쟁의 정신은 로마 사회 엘리트들의 사고방식을 드러낸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은 창작자를 지치게 만든다. 도전에 자극을 받은 작가가 있었다면 전통의 무게에 짓눌린 작가도 있었을 것이다. 비교는 질식할 정도로 지속되었고 창작자들은 늘 집단적 열등감의 그늘에서 일해야 했다.
그러나 로마인들은 독창적이었다. 그들은 전례 없는 혼합을 이뤄냈다. 로마는 외국 문학을 채택하고, 읽고, 보존하고, 번역하고, 보살피고, 국수주의적인 장벽을 넘어 사랑했다. 로마는 우리를 과거의 다른 문화, 다른 언어, 다른 지평과 엮어주는 매듭을 만들어냈다. 그 매듭을 통해 사상과 과학적 발견과 신화와 사유와 감정과 오류가 한 세기에서 다른 세기로 이어졌다. 미끄러지고 쓰러진 것들도 있지만 (고전처럼) 유지와 관리가 잘된 것들도 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그 연결고리, 그 연속된 보존, 그 무한한 대화는 기적에 가깝다. - P461

로마인들의 향수 어린 열정, 그들의 고통스러운 콤플렉스, 그들의 군사력, 그들의 시기심과 전유는 경이로운 현상이다. 욕망과 분노 위에 세워지고 여러 잔여물을 기워 만든 그 힘겨운 사랑이 미래의 우리를 위해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 P462

‘고전‘이라는 것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계급에 기원을 둔 용어다. 특권이라는 관념이 스며든 세계의 위계적 시대의 개념이 오늘 날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이나 자본 같은 압도적 힘에 맞세워, 비록 은유적이긴 하지만, 말을 일종의 부로 인식한다는 것은 감동적이기도 하다. - P464

우리의 소박한 갈대는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윤리의 영역에 이르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절대적이고 영원한 사상이 아니라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의 행동 방식"이 행동의 규범, 즉 도덕적 카논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양심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처방은 영화 「홀리데이」(1938)에 나오는 케리 그랜트의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빈궁할 때 이렇게 자문한다. 이 상황에서 제너럴 모터스는 어떻게 할까? 그리고 나는 그 반대로 행한다." 구시대적으로 보이지만, 아직도 우리의 민법은 "가정의 훌륭한 아버지와 같은 근면함"으로 우리의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P472

문학적 정전은 종교적 정전과 공통점이 별로 없다. 믿음으로 지탱되는 성경의 레퍼토리는 불변하지만, 문학은 그렇지 않다. 문학적 정전은 로마의 인구조사 이미지와 더 어울린다. 계층 분류적이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 문학 정전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변화가 기록될 수 있는 유연함 덕분이다. 문화에는 완전한 단절도 절대적 연속성도 없다. 어떤 작품은 역사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더 좋게 혹은 더 나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계몽 시대의 비평 가들은 교훈적이고 도덕적인 작품에 집착했기에 우리보다 셰익스피어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반면 오늘날 우리는 과거의 주요 장르였던 설교나 연설을 읽는 데 관심이 없다. 18세기 지식인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소설을 규탄했다. 그들은 소설이 오늘날 문학 정전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아동문학은 유년기가 가치 있는 시대가 되기 전까지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 P4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