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솔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에메랄드빛 용소를 바라봤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저곳에 빨려 들어가는 소용돌이가 있다니 두려움과 동시에 호기심이 일었다. 위험을 품고 있는 계곡이 어쩐지 더욱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 P31

도담은 자신이 해솔을 향해 뛰어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도담은 그렇게 많은 생각은 없었다. 단지 수영에 자신 있었고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숭고하다며 가치를 부여하는 일들은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벌어지거나 무모함과 닮았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나중에 의미가 부여된 것일 수도 있다. - P38

어떤 말은 혀를 통해 입 밖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의식을 붙들어 매고 돌이킬 수 없는 힘을 가진다. - P59

"시련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교회에 다니는 할머니는 밤마다 해솔의 손을 꼭 잡고 기도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해솔은 이유 같은 건 알 수 없었다.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할머니는 교회에 나가자고 했다. 하나님은 믿기만 하면 모든 것을 용서해 준다고, 믿기만 하면 죄가 사라진다고 했다. 그렇게 대단한 하나님이 조건부 용서라니. 정말이지 속 좁고 쪼잔한 거래 아닌가. - P77

도담은 복도에서 마주 오던 아이들과 눈이 마주쳤다. 아이들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뱀이라도 나타난 것처럼 최대한 도담으로부터 멀어졌다. 어른들이 쟤는 액운이 꼈으니 어울리지 말라고 했을까. 나는 저들에게 아주 불행한 사람으로 기억되겠지. 그들의 삶이 힘들 때마다 적어도 내게는 저렇게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잖아, 나는 행복한 거야, 라고 위안 삼을 만한 불행의 표본이 되었겠지.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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