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감으민 멜 떼가 반짝반짝 숨비소리 호이호이
자식들이야 그만허렌 허주만은 그만헤져. 고만 이시민 뭣 헤. 마음이 출렁출렁 허는디.
[…]
이제 여기가 나의 일터다. 여기에선 여기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다 한 아름씩 조물고 싶지만 한숨에 조금씩 그래도 망사리는 몸을 움직인 만큼 차오른다. 돈도 벌고 벗도 만나는 바당이 나는 좋다.
눈을 감으면 곰새기, 거북이 헤엄치는 바다가 선하다고 했다. 바람에 맞춰 물때에 맞춰 평생을 살아온 순옥 할머니는 작년에 물질을 그만두고 고무옷을 나의 할머니에게 주었다 […] 순옥 할머니는 해녀 식당 가는 길에 해신당에 들른다.
오늘도 물숨 먹지 안 허게 잘 좀 부탁헴수다.
연철을 차도 바닥에 있는 돌을 잡는 게 하나도 쉽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파도가 센 날은 물 밑이 캄캄하고 맑은 날은 물 밑이 투명하다는 걸.
이쪽은 하늘 빛 또 이쪽은 초록빛
일렁이는 물결의 그림자 하얗게 빛나는 멜 떼 길쭉하고 파랗거나 니모를 닮은 물고기 파랗게 평평하게만 보이던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것들. 그리고 물 위에 둥실둥실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
눈을 감고 있는 여름은 잠을 자는 것이 아니구나. 짙어지고 짙어지는 풀 내음을 맡고 있는 거야. 땀을 뻘뻘 흘리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가만히, 그 바람을 맡고 있는 거야.
내가 움직이니까 여름도 움직인다. 초록이 뺨을 때리고 파랑이 출렁인다.
할머니 집엔 에어컨이 없지만 할머니의 북쪽 방엔 하늬바람이 불어온다. 하늬바람이 순하게 불면 물 밑이 고와 우리 할머니 물질하기도 좋고 그냥... 기분도 좋다.
색이 바랜 간판 바래지 않는 상냥함 오픈한지 얼마 안 된 치킨집의 손으로 써 붙인 아귀찜, 김치찌개 달려 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그러면 나의 마음도 바다 앞의 할머니 마음처럼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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