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적 감정은 우리가 까다롭게 굴려고 마음먹을 때 – 다시 말해 솔직하려고 마음먹을 때–배어나는 감정이라고 비난받는다. 소수적 감정이 마침내 표출되면 적대, 배은망덕, 시샘, 우울, 공격의 감정으로 해석되며, 백인들이 도가 지나치다고 여기는 인종화된 행태가 그런 정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간주된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구조적 차별은 그들이 착각하는 현실과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보기에 우리의 감정은 과잉반응이다. - P86

1992년 LA 폭동의 불길이 사우스센트럴에서 북상해 한인 타운으로 번졌을 때 우리 가족이 살던 웨스트사이드에서는 한 줄기의 연기도 안 보였으며 희미한 경찰 헬리콥터 소리조차 안 들렸다. 나중에 한인 타운에서 불에 탄 잔해를 본 기억은 있지만, 대체로 내가 기억하는 폭동은 한국 남자들이 가게 지붕에 올라가 총을 들고 망을 보는 모습이나 가게에 들어온 15세의 라타샤 할린스를 사살한 두순자가 법정에서 형 선고를 기다리는 모습 같은 뉴스 영상들이다. 라타샤 할린스가 살해된 사건은 로드니 킹을 구타한 경찰관들이 무죄로 풀려나기 몇 달 전에 일어났지만, 흑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어 폭동 발생에 기여했다.
나는 두순자가 사회봉사명령이라는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난 것이 부끄럽다. 가게 직원들이 흑인이 물건을 훔칠 것으로 생각해서 그들 뒤를 따라다니고, 개업한 동네에서 주민들과 더 열심히 교류하려고 애쓰지 않은 것이 부끄럽다. 한인 사회에 존재하는 흑인에 대한 반감이 부끄럽다. 바로 그래서 아시아인은 인종차별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나는 계속 강조할 수밖에 없다. - P89

인종에 관한 글쓰기는 이제까지 우리를 지워버린 백인 자본주의 인프라에 대항해야 한다는 점에서 격렬한 비판을 담지만, 우리의 내면이 모순들로 뒤엉켜 있다는 점에서 서정시이기도 하다. 나는 손쉬운 극복의 서사에는 저항하지만 우리가 인종 불평등을 극복할 거라는 신념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민자가 고생하는 감상적인 이야기들은 짜증스럽지만 한국인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심하게 트라우마를 겪은 민족에 속한다. 내 안에 깃든 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고정 관념을 넘어서려고 시도하다 보면 내가 어떻게(how) 인식되는지가 내가 누구인지(who)에 내재한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인종에 관해 진실한 글을 쓰기 위해, 나는 거의 서사를 거슬러 글을 써야 한다. 인종화된 마음은 프란츠 파농이 말한 대로 "지옥 같은 악순환"(infernal circle)이기 때문이다. - P95

퀴어 이론가 캐서린 본드 스톡턴은 퀴어 아동이 어떻게 "옆으로(sideways) 자라는지" 적으면서, 퀴어의 삶이 흔히 결혼과 출산이라는 직선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스톡턴은 유색 인종 아동 역시 옆으로 자라는데 그들의 어린 시절도 퀴어 아동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백인 아동이라는 모델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내 경우는 어린 시절을 옆으로 보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지금도 그때를 돌아보면, 어린 소녀가 내 시선을 피해 숨으면서 나의 기억들을 깜박거리는 환상의 그림자놀이로 유도한다.

옆으로 보는 것은 또 다른 것을 함축한다. "곁눈질"은 의심, 의혹, 심지어 경멸을 암시한다. - P101

아동기와 순수함을 동일시하는 것은 영미권의 창조물이며 19세기까지 그런 생각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서구에서는 그전에 아동을 작은 성인처럼 취급했고, 칼뱅교도로 키워질 경우 아동들도 구원을 얻지 못하면 지옥에 간다고 여겼다. 윌리엄 워즈워스는 현재 우리가 감상적으로 다루는 어린 시절을 구축한 주요 인물 가운데 하나다. 시 「영생불멸을 암시하는 노래」에서 워즈워스는 아이의 타락하지 않은 상태가 신에 더 가깝기 때문에 아이를 어른보다 현명하고 경이로운 존재로 본다. "나는 너희의 환희에 하늘도 함께 미소 짓는 것을 본다". 워즈워스는 향수에 관한 주요 구축자 중 한 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소년을 자신의 실패에 실망한 성인이 몽상을 쏟아낼, 자신을 대리할 그릇쯤으로 보며 시를 쓴다. - P102

『문라이즈 킹덤』은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비교적 무해하다. 그러나 "노골적인 백인 인종주의가 ··· 온통 언론을 도배"하는 현 상황에 충격받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엇이 향수에 젖은 "차폐 기억"을 지어내도록 이 나라를 자극하는지 자문하게 된다. 수많은 현대 영화, 문학, 음악, 생활양식에서 순수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란 누가 남과 다르면 온 국가가 맹렬히 적대시했던 시대에 대한 환상을 의미하고, 앤더슨의 「문라이즈 킹덤」도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지구에 기억을 심어주는 할리우드 산업은 백인 향수를 일으키는 가장 수구적인 문화적 주범이며, 무한 반복되는 타임루프에 갇혀 1965년 이후로 미국의 인종 구성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인정하길 거부한다. 할리우드 영화의 출연진을 보면, 유럽 혈통만 조심스럽게 골라 그들만 미국인으로 등장하도록 보장하는 백인 우월주의 법이 아직도 이 나라를 "보호"하고 있는 것만 같다. - P106

미국뿐만 아니라 전 지구에 기억을 심어주는 할리우드 산업은 백인 향수를 일으키는 가장 수구적인 문화적 주범이며, 무한 반복되는 타임루프에 갇혀 1965년 이후로 미국의 인종 구성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인정하길 거부한다. 할리우드 영화의 출연진을 보면, 유럽 혈통만 조심스럽게 골라 그들만 미국인으로 등장하도록 보장하는 백인 우월주의 법이 아직도 이 나라를 "보호"하고 있는 것만 같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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