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무릎으로 침대에 올라가 시트 주름 사이로 쓰러졌다. 꿈을 꾸는 꼭두각시 인형. 어두워진 도시들, 묘비들, 색 바랜 화환들, 회색 들판에서 타오르는 검은 불, 죄 없는 사람들을 몰아대는 짐승들, 입을 크게 벌린 채 두 팔을 뻗은 여자들, 그녀의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이런 무자비한 장면들이 몇 시간 동안 지나가고 나니 늦은 오후였다. 이때쯤 그녀는 누가 그녀의 속옷을 슬쩍해 자기 주머니에 넣었든 간에, 그 사람은 온갖 비열한 행동을 하고도 남을 범죄자라고 확신했다. 굴욕. 수치심. 스텔라의 포르노그래피! - P71

거리에 나가자 네온색 황혼이 벌써 반짝이고 있었다. 열기와 느릿느릿 떠도는 먼지의 깔깔한 혼합물. 자동차들이 커다란 꿀벌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전조등을 켜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하늘의 낮은 곳에서는 낯선 두 램프가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붉은 해, 핏발 선 달걀노른자만큼 둥글고 찬란한 해. 실크처럼 하얀 달, 산맥들로 회색의 줄무늬를 그려 보이는 달. 이 둘이 기다란 도로 양쪽 끝에 동시에 걸려 있었다. 하루 종일 불타오르던 열기는 움직이는 추처럼 보도에서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로사의 콧구멍과 폐는 신중했다. 타는 당밀 같은 공기. 그녀의 속옷은 도로 위에 없었다. - P72

마이애미에서는 밤이 되면 아무도 실내에 머무르지 않는다. 거리는 방랑자와 구경꾼으로 꽉 막힌다. 베두인 유목민처럼 다들 정해진 길 없이 무언가를 찾아다닌다. 바보 같은 플로리다의 비가 흩뿌리지만, 너무 가볍고 아주 잠깐이고 변덕스러워서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네온색 알파벳들, 디자인들, 그림들이 갑작스레 내리는 가는 비를 뚫고 기세 좋게 번쩍인다. 발코니가 있는 어느 호텔 위로 번개가 재빨리 날름거린다. 로사는 걸었다. 여기저기서 이디시어가 들려왔다. 이음쇠로 연결된 노부부의 캐러밴이 시원한 해변을 향해 구불구불 내려갔다. 모래는 쉬는 법이 없었다. 늘 파도에 휘저어졌고, 늘 사람에게 치인다. 네온 빛을 발하는 낮은 지평선 아래, 밤이면 담요 밑에서 짝짓기가 이루어졌다. - P73

그녀는 다시 생각해보았다. 만약 누군가 팬티 한 장을 숨기려 한다면, 처분하는 게 아니라 숨기려 한다면, 그 사람은 그걸 어디에 둘까? 모래 속이다. 돌돌 말아 파묻을 것이다. 그녀는 팬티 가랑이에서 느껴지는 모래의 무게는 어느 만큼일까 생각했다. 젖어서 무거운 모래, 종일 햇볕을 받아 아직 뜨거운 모래. 그녀의 방은 더웠다. 밤새도록 더웠다. 공기가 없었다. 플로리다에는 공기가 없었다. 식도 안으로 스며드는 이 시럽밖에는. 로사는 걸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보았지만, 그것들은 마치 날조된 것 같았고 상상 속에서 나온 것 같았다. 그녀는 무엇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 P75

어둠 속에서 실루엣으로 보이는 높은 호텔의 지붕마다 무자비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떤 건축가도 이런 이빨을 즐겁게 꿈꾸었을 리는 없으리라. 모래는 이제 겨우 식기 시작했다. 바다 위로 펼쳐진 하늘은 별 하나 없는 어둠을 숨 쉬고 있었다. 그녀의 뒤쪽, 호텔들이 그 도시를 꽉 물고 있는 곳에서는 갈색 도는 붉은 먼지의 빛이 내려앉아 있었다. 진흙 구름.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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