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들어 올린 머리가 헐거워져 비어져 나온 머리카락이 목 양쪽에서 대롱거렸다. 영락없이 깃털 빠져 너덜너덜한 늙은 새의 모습이었다. 비쩍 마른 황새. 원피스의 단추 하나는 사라지고 없었지만, 그래도 벨트 버클이 그 수치심을 덮어줄 것이다. 무엇이 신경 쓰이는 걸까? - P39
"너무 많이 혼자 있다는 건, 너무 생각이 많다는 거요." 퍼스키가 말했다. "삶이 없는 사람은," 로사가 대답했다. "자기가 살 수 있는 데서 사는 거죠. 가진 게 생각뿐이라면, 생각 속에서 사는 거고요." 로사가 대꾸했다. - P45
"손님들"–12년째 거주 중인 이들도 있었다–은 점심 식사를 위해 벌써부터 몸단장을 하고 나와 서성거리고 있었다. 두툼한 쇄골과 그 위의 푸르스름한 우물이 드러나는 여름 원피스 를 입은 늙은 여자들. 목덜미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넓은 지방 덩어리가 붙어 있었다. 그들은 스타킹을 신고 있지 않았다. 푸른 대리석 무늬의 선명한 힘줄이 거의 정사각형의 네모난 종아리를 옭아매고 있었다. 그러나 몽상 속의 그들은 다시금 젊은 여자로 돌아가 쭉 빠진 불멸의 다리, 건강한 여신의 하얀 다리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들은 세월의 무상함을 잊어버렸을 뿐이다. 그 얼굴에서도 그들 자신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모든 것이 확연히 보였다. 끈으로 조인 듯 조글조글한 입에 칠한 붉은 광택은 결코 젊음을 되찾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그것은 젊음을 지속하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일흔의 추파. 그들의 눈에는 모든 것이 예전과 똑같이 머물러 있었다. 의도, 행동, 심지어 기대까지도–그들은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들은 이음매 없이 계속되는 육체의 지속성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들은 그보다는 내면적이어서, 비밀 영화처럼 눈앞의 삶을 살아 가고 있었다. - P46
벽에 비친 그림자들. 벽 위의 그림자들이 움직이지만, 그 벽을 뚫을 수는 없었다. 손님들은 분리되어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 분리된 사람들이었다. 조금씩 조금씩, 그들은 자신의 손주들, 나이 들어가는 자녀들을 잊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그들 자신이 그들에게 더 큰 의미로 자리 잡고 있었다. 로비에는 벽마다 거울이 있었다. 거울마다 30년째 걸려 있었다. 탁자마다 표면이 거울 같았다. 거울들 속에 비친 손님들의 모습은 그들에게는 과거의 모습 그대로였다. - P47
방에 들어온 그녀는 요란하게 숨을 쉬었다. 거의 헉헉거리면서, 거의 빽 소리가 나도록 숨을 쉬었고, 문간방을 흉내 낸 작은 공간에 세탁물이 든 카트를 비스듬히 세워둔 채, 상자와 두 통의 편지를 침대로 가져갔다. 여전히 정돈되지 않은 침대는 생선 비린내를 풍겼고, 커버는 마치 탯줄처럼 한데 묶여 있었다. 난파선. 그녀는 그 안으로 몸을 던지고는 구두를 벗어 던졌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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