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조리대 위에 놓인 타원형 정어리 통조림은 어제부터 뚜껑을 열어둔 채였다. 토할 것 같은 냄새가 벌써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지옥에 있는 기분이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스텔라," 그녀는 조카에게 편지를 썼다. "내가 스스로를 가둔 이곳은 지옥이야. 한때 나는 최악은 그야말로 최악이니, 그 후로는 최악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제 알겠구나. 최악이 지나갔어도 더 많은 최악이 있다는 것을." 이렇게 쓸 때도 있었다. "스텔라, 나의 천사, 나의 사랑, 악마가 네 안 으로 기어들어 네 영혼을 조르고 있는데 너는 그걸 알아차리지도 못하지."
마그다에게는 이렇게 썼다. "너는 암사자로 자라났구나. 너는 황갈색이고, 털북숭이 발가락을 있는 힘껏 펼치지. 너를 훔치는 사람은 그 자신의 죽음을 훔치는 거야." - P25

이곳에 온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 모두 허수아비였고, 가슴팍 안이 빈 채로 살인적인 태양 아래 이리저리 불려 다녔다. - P28

소녀 시절의 바르샤바. 위대한 빛. 그 빛의 스위치를 켠 그녀는 자신의 눈 속에서 살고 싶었다. 어머니가 쓰던 뚜껑 달린 책상의 다리 곡선. 아버지의 책상에서 나던 엄격한 가죽 냄새. 부엌 바닥에 깔린 하얀 타일, 커다란 화분들이 내쉬던 숨결, 다락 옆 탑으로 올라가는 좁다란 계단…… 소녀 시절 그녀의 집에는 수천 권의 책이 가득했다. 폴란드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된 책들. 아버지의 라틴어 책들. 열띤 전보처럼 짧은 글귀로 어머니가 쓴 시가 가끔씩 실리던 수줍은 문예지들이 놓인 서가. 교양, 고대 문명, 미, 역사! 모퉁이를 돌 때마다 놀랍게 펼쳐지던 거리들, 고풍스러운 집들의 모습, 아취있는 오래된 처마,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던 섬세한 작은 탑들, 첨 탑들, 그 광채, 그 고풍스러움! 정원들. 파리를 말하는 사람이라면, 필시 바르샤바를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 P35

햇빛은 숨이 막히도록 내리쬐고 있었다. 뜨겁게 끓인 꿀을 머리에 퍼붓는 것 같았다. 꿀은 한번 핥기엔 좋지만, 너무 많으면 꿀에 익사할 수도 있었다. - P37

"과거 속에서 살 수는 없는 법이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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