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는 벌어진 숄 틈으로 마그다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둥지 속의 다람쥐, 안전하다. 숄을 둘둘 감아 만든 작은 집 안의 마그다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었다. 얼굴, 아주 동그란 얼굴, 손거울 만 한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은 콜레라의 검은색을 띤 로사의 어두운 낯빛과는 달랐다. 그것은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눈은 하늘처럼 파랬고, 솜털처럼 보드라운 머리카락은 로사의 코트에 꿰매어 단 별처럼 노란색이었다. - P12
너무도 착한 아기 마그다, 마그다는 빽빽거리기를 포기하고 이제 말라가는 젖꼭지의 맛이라도 느끼려고 빨아대고 있었다. 조그만 잇몸의 야무진 깨물기. 아래쪽 잇몸에 빼꼼히 나온 작은 젖니 끝은 얼마나 반짝이는지. 하얀 대리석으로 된 요정의 묘비가 거기서 빛나고 있었다. 마그다는 불평도 없이 로사의 젖꼭지를 포기했다. 처음에는 왼쪽을, 이어서 오른쪽마저도. 둘 다 갈라져 있었고 젖 냄새조차 풍기지 않았다. 젖 구멍은 사라졌다. 죽은 화산, 멀어버린 눈, 싸늘한 구멍일 뿐이었다. 그래서 마그다는 숄 모서리를 대신 붙잡고 빨아댔다. 그것을 빨고 또 빨면서 숄의 날실과 씨실을 침으로 흥건히 적셨다. 숄은 맛이 좋았다. 리넨 젖이었다. - P12
마그다는 조용했지만, 그 눈은 무서울 만큼 살아 있었다. 파란 호랑이 같았다. 마그다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때로는 웃기도 했다. 어쨌든 그것은 웃음처럼 보였다. 하지만 웃음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마그다는 누군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마그다는, 바람이 숄의 끝자락을 날릴 때면 숄을 보고 웃었다. 검댕 가루가 섞인 나쁜 바람, 스텔라와 로사의 눈에 눈물 맺히게 하는 나쁜 바람. 마그다의 눈은 언제나 맑았고 눈물이 없었다. 마그다는 호랑이처럼 지켜보았다. 숄을 지키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숄을 건드릴 수 없었다. 오직 로사만이 숄을 건드릴 수 있었다. 스텔라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숄은 마그다의 아기였고, 반려 동물이었고, 여동생이었다. - P15
햇빛이 또 다른 생명, 여름날 나비들에 관해 웅얼거렸다. 빛은 잔잔하고 부드러웠다. 강철 울타리 너머 아득하게 펼쳐진 초록의 목초지에는 군데군데 민들레와 짙은 제비꽃이 피어 있었다. 그 너머 더 먼 곳에는 천진하고 키 큰 참나리가 호랑 무늬 주황색 보닛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 P18
거리는 용광로였고, 태양은 사형집행인이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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