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특정한 카드를 갖고 태어나 그 카드로 인생이라는 게임을 한다. 나쁜 카드가 걸려 모든 걸 잃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쁜 카드를 능숙하게 사용해 성공하는 사람도 있지. 카드는 우리가 누구인지, 즉, 나이, 성별, 인종, 집안, 국적 등을 결정한다. 카드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최선을 다해 카드를 잘 쓰는 것이다. - P258
"저는 진부한 삶을 살았어요. 레비 박사님. 특별히 말 할 가치가 있는 일을 한 적도 없지요. 나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잠시 환담을 나눌 때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는 누구와 비교하는지에 따라 모든 삶은 진부하고 우리 모두 평범해진다고 대답했다. "비올레타, 왜 비극적인 삶을 원하는 거지요?" 그는 나에게 물었고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겪은 고통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 쓰는 ‘당신의 삶이 재밌어지길 기원합니다‘라는 중국식 저주가 있습니다. 그에 해당하는 축복의 말은 바로 ‘평범한 삶을 기원합니다‘지요." 그가 덧붙였다. - P270
나는 딸과 단둘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애가 살았을 때 해주지 않은 말을 마침내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로 너를 사랑했다고, 여러 해 동안 네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고. 나는 그렇게 내 딸과 헤어질 수 있었고 안녕이라는 말을 할 수 있었다. 그 애에게 키스하며 무심하고 소홀했던 내 죄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내 딸로 와주어서 고맙다는 말도 할 수 있었다. 내 마음과 아들의 마음속에 네가 언제나 살아 있을 거라는 약속도 했다. 그리고 나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꿈속에서 나를 찾아와 달라고, 신호와 암호를 보내달라고, 거리의 모든 아름다운 아가씨의 화신으로 나타나 달라고, 가장 깊은 밤이면 영혼으로 나타나 주고 한낮에는 퍼져나가는 햇살로 나타나 달라고 부탁을 했다. 니에베스, 나의 니에베스. - P316
스포이드, 햇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란체라, 호로포, 룸바 리듬 사이에서 그 작은 생쥐는 살아남았다. 6주가 지난 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베풀어준 로이 쿠퍼와 리타 리나레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기는 모든 시간을 다 쏟아부어야 하는 존재고, 에너지와 수면, 정신 건강을 소모시키는 존재다. 나 같은 쉰두 살 여성에게 육아는 심하게 어려운 일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를 젊어지게도 했다. 나는 너와 사랑에 빠졌단다, 카밀로. 그 사랑 덕분에 나는 너를 키우는 도전을 감행할 수 있었고, 내 딸의 죽음에 대한 애도를 내 손자의 삶에 대한 축복으로 바꾸려는 도전도 할 수 있었다. - P321
로이와는 늘 똑같은 루틴이 반복되었고, 우리 둘 다 즐겼다는 확신으로 평온해졌으며 그런 다음 편안하고 만족스럽게 서로의 팔에 안겨 쉬었다.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과거는 중요하지 않았으며 미래는 존재하지 않았다. - P397
내가 젊었을 때처럼 노동으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 고된 일일수록 급여는 더 적어진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지만 돈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고 투기를 하고 주식 시장의 기회를 이용하고 다른 사람의 노력에 투자해서 부자가 되는 게 훨씬 쉽다. 그리고 매일의 노동으로 먹고살면 모든 것을 잃고 길에 나앉게 되기가 쉽다. 그러나 돈이 많으면 돈을 다 써버린다는 게 어렵다. 돈은 더 많은 돈을 끌어들이고, 은행의 계좌와 투자라는 신비한 영역을 통해 몇 배로 늘기 때문이다.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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