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잘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 자신을 잘 믿지 못한다. 그래서 목소리를 너무 크게 낸다고, 자존심이 너무 세다고, 혹은 야심이 너무 과한 게 아닐까 자책한다. 샤마는 그 시에서 자기 가족의 자존심을 이카로스에 비유한다. "보라, 우리가 하늘에 너무 가깝게 솟아올랐다가 어떻게 추락했는지. 추락이 우리를 끝장내지 못할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알았을까. 여기 떨어지고, 저기 떨어지고, 비명을 지르며.
오 허세부리지, 너희 생각만큼 나쁠 리는 없으니." - P47

정이라는 한국말은 번역하기 까다롭지만, 가장 근접한 정의는 한국인끼리 흔히 느끼는 "즉각적인 깊은 연결감"이다. 내가 그 심리치료사와 정으로 이어졌다고 상상했나? 왜 그 사람이 나를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마치 우리가 공유하는 유산이 친밀함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도 되듯 말이다. 어쩌면 내가 한국계 미국인 치료사를 찾았던 것은, 길고 느린 심리치료를 원치 않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마도 내 삶을 별로 설명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모른다. 유대인 친구 하나는 자기는 절대로 유대인 심리치료사에게 가지 않는다고 했다. 가족의 모든 문제가 문화적인 문제라고 쉽게 전제되기 때문이란다. 때로는 스스로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그 경험을 상대방에게 애써 설명할 필요가 있다. - P48

트라우마를 겪고 이곳으로 이민 온 많은 이민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일이든 감수한다. 사람을 속인다. 아내를 구타한다. 노름을 한다. 그들은 생존자이고, 대다수의 생존자가 그렇듯, 지독한 부모가 된다. 나는 다오를 보면서, 당신의 아버지가 집에서 질질 끌려 나오는 모습을 목격하던 우리 아버지를 생각했다. 역사를 통틀어 강제로 질질 끌려가던 아시아 사람들을 생각했다. 태어난 고향 집에서, 제2의 고향 집에서, 태어난 고국에서, 제2의 고국에서 쫓겨나고 내쳐지고, 퇴출, 퇴거, 추방되던 그들을 생각했다. - P57

나는 "다음은 아시아인이 백인이 될 차례"라는 소리를 들으면 "백인이 될"을 "사라질"로 교체한다. 다음은 아시아인이 사라질 차례다. 우리는 성취가 대단하고 법을 잘 지킨다는 평판을 듣다가 기억상실의 안개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권력자가 되지 못하고 그저 권력에 흡수될 것이고, 백인의 권력을 나눠 갖지 못하고 우리의 조상을 착취한 백인 이데올로기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 우리의 인종 정체성은 쟁점에서 벗어나며, 괴롭힘을 당하거나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매번 발언을 방해받는 것도 인종 정체성과는 무관한 거라고 이 나라는 우긴다. 우리 인종은 심지어 이 나라와도 무관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론조사에서 흔히 "기타"로 분류되고 신고된 강간, 직장 내 차별, 가정폭력 사건의 인종별 집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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