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의 녹색과 문학 속의 녹색은 별개의 것이다. 자연과 문학은 선천적으로 상극인 것 같다. 둘을 함께 있게 하면 그들은 서로를 찢어발겨 놓는다. 올랜도가 지금 본 초록색의 명암은 그의 시의 운과 박자를 망쳐 놓았다. 게다가 자연은 나름대로의 책략을 가지고 있다. 일단 창 밖 꽃들 사이에 있는 벌들, 하품하는 개, 지는 해를 바라보게 되면, 또 "몇 번이나 더 저 노을을 보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 생각은 너무도 잘 알려진 것이라 여기 적을 가치도 없지만) 우리는 펜을 내려놓고, 외투를 들고, 방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다가, 페인트칠을 한 서랍 상자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일 따위가 생긴다. 왜냐하면 올랜도는 약간 굼뜬 편이었으니까. - P17

그는 한숨을 깊이 내쉬고는 참나무 발치의 대지 위에 몸을 내던졌다–그의 동작에는 이런 표현을 쓸 만큼의 정열이 있었다. 그는 덧없이 흘러가는 여름날에 등 뒤로 대지의 척추를 느끼는 것이 좋았다. 그가 딱딱한 참나무의 뿌리를 대지의 척추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미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 딱딱한 뿌리는 거대한 말의 잔등이 되거나, 아니면 뒤척이는 배의 갑판이 된다–아니 딱딱하기만 하면 그것은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떠도는 그의 마음을 붙들어 맬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옆구리를 힘껏 잡아당기는 마음, 매일 저녁 산책을 나오는 이맘때쯤이면 향긋한 사랑의 질풍으로 가득 차버리는 것 같은 마음. 참나무에 그의 마음을 붙들어 매고 그 발치에 누워 있으면, 그의 마음과 주위의 동요가 서서히 진정되었다. 작은 잎사귀들은 움직임을 멈춘 채 매달려 있었고, 사슴은 발걸음을 멈추었으며, 파리한 여름 구름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대지 위의 그의 사지는 무거워졌고, 그는 너무도 조용하게 누워 있어서, 사슴들이 조금씩 다가왔고, 까마귀들이 그의 주위를 맴돌았으며, 제비들은 급강하했다가 원을 그리며 날아 올랐고, 잠자리들이 획하고 지나갔다. 마치 모든 여름날 저녁의 풍요로움과 사랑스러운 활동이 그의 몸을 거미줄처럼 둘러싸고 있듯. - P19

"가까이 오라!"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벽난로 옆에 몸을 곧추 세우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그를 한 발자국 떨어진 데 세워놓고는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지난밤에 상상했던 것을 지금 눈앞에 보고 있는 것에 맞춰보고 있었던 것일까? 그녀의 추측이 맞았다고 생각했을까? 그의 눈, 입, 코, 가슴, 손–그녀는 이들을 훑어 보았다. 바라다보는 그녀의 입술이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녀가 그의 다리를 보고서는 폭소를 터뜨렸다. 그는 귀족의 이미지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속도 그럴까? 그녀는 마치 그의 영혼을 꿰뚫기라도 하려는 듯, 매 같은 노란 눈을 그에게 번뜩였다. 젊은이는 그답게 다마스크 장밋빛으로 물든 얼굴로 그녀의 시선을 견뎌냈다. 체력, 우아함, 로맨스, 어리석음, 시, 젊음–그녀는 책장을 보듯 그를 읽어나갔다. 그녀는 즉시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서(마디가 약간 부어 있었다) 그에게 끼워주면서 그를 재무담당관과 사무장으로 임명했다. 그러고는 관직의 표시인 체인을 목에 걸어주고, 무릎을 꿇으라고 명령한 다음, 가장 가느다란 발목 부분에 보석으로 장식된 가터 훈장을 달아주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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