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 모를 무거운 침묵이 지속되자, 나는 혹시 출발 전 돈을 깎은 일로 어르신의 기분이 상한 건 아닌지 신경이 쓰인다. 100밧이면 우리 돈으로 대략 3300원. 이곳의 생활 물가를 감안해도 적은 금액이기에 도리어 기분이 나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돈이 아닌 기분을 홍정한 셈인데, 그 돈이 왠지 모를 이 싸한 침묵을 감수해야 할 만큼 내게 꼭 필요 했던 것인가 생각해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그냥 깎지 말 걸 하는 후회가 뒤늦게 미치는 걸 보면 역시 나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싶기도 하고. -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