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여전히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매일 점심시간에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가기 시작한 것이 그 직후였다. 가면 대체로 한 그림만 보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매 주 새로 그림을 골랐다. 아버지의 행방은 단서조차 찾지 못한 채 사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도 나는 계속 이런 방식으로, 한 번에 하나씩 그림을 본다. 이런 방식으로 보면서 많은 이득을 얻었다. 바라보다 보면 그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달라지곤 했다. 나는 그림이 시간을 요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은 다른 그림으로 옮겨 가기까지 서너 달은 기본이고 일 년이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동안 그 그림은 내 삶의 물리적인 거처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거처가 된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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