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뺨에 키스를 하려고 몸을 기댔다. 그런데 그가 나를 세게 끌어당겨 입술을 가득 덮으며 키스했다. 나는 겉으로 신중하고 자제력이 있어 보이는 그 남자의 필사적인 반응이 겁나서 뒤로 물러났지만 그는 나를 놓아주지 않고 계속 키스를 해댔고, 그의 팔에 안겨 긴장이 풀린 나도 키스를 하며 처음 알게 된 그 친밀감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카밀로, 그 순간 나를 뒤흔든 모순된 감정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세월이 흐르면서 욕망의 절박함이 사라지다 보니 그런 종류의 기억은 마치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정신병의 위기처럼 황당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섹슈얼리티, 쾌감, 흥분, 호기심의 각성과 지나치게 탐닉하느라 물러서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뒤섞인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섹스와 관련된 건 그 무엇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게 어땠는지 잊어버렸다. - P142
"넌 코흘리개가 아니다. 독립성을 지켜야지. 네가 할 결정을 다른 누군가가 하도록 내버려두지 말아라. 그러려면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 내 말 이해하겠니?" 루신다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충고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 P151
나는 배가 아파 몸을 웅크린 채 어머니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닫힌 공간, 연기, 북, 죽음의 존재감 등으로 인해 우리는 저항하기 힘든 멍한 상태가 되었다. 어느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북을 둥둥 칠 때마다 내 몸에 진동이 울려 퍼졌고, 그러다 고통과 경련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된 나는 그 낯선 졸음에 굴복하고 말았다. 나는 최면 상태에 빠졌다.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그 느낌을 달리 설명할 수가 없구나. 우리를 생명으로 이어 주는 탯줄에서 끊어진 채 몸과 감정과 기억에서 분리되어 우주의 검은 허공 속으로 사라지는 그 경험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었다. 현재도 과거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며, 동시에 나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일부였다. 그게 영적인 여행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 영혼에 대한 감각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치 죽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내 생의 마지막 때가 되면 그 감각을 다시 경험하게 될 듯하다. 최면을 거는 듯한 북소리가 멈추자 정신이 돌아왔다. - P155
테레사 리바스는 페미니스트 투쟁에 전적으로 헌신하기 위해 국영 전신전화국을 그만두었다. 그녀는 여성의 권리 신장에 전념하는 조직들에서 일했다. 여기서 조직들이란 투표권, 이전에는 전적으로 아버지에게 속했던 자녀 양육권, 직장에서 자신의 수입과 보호를 누릴 권리, 폭력으로부터 방어할 권리, 요컨대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법의 많은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헌신하는 기관을 말한다. 그들은 낙태와 이혼에 대한 권리도 제기했는데, 가톨릭교회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선동적인 표현으로 이를 비난했다. 그 시절에도 지옥은 여전히 존재했다. 테레사는 만약 남자가 아이를 낳고 남편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고 하면 임신 중절과 이혼이 성례 의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남성이 임신의 피로, 출산의 고통, 모성의 영원한 노예 상태를 모르기 때문에 여성의 몸에 대해 법제화할 권리는 물론이고 의견을 제시할 권리도 없다고 믿었다. - P163
"남은 인생을 파비안과 함께 보낼 수 없을 것 같으면 결혼하지 마라." 미스 테일러는 나에게 말했다. "그는 나를 오랫동안 기다려왔어요. 지금 결혼하지 않으면 이 영원한 약혼 관계를 끊어야 해요." "비올레타, 의구심을 느끼며 결혼하는 것보다는 그게 나아." "나는 이제 스물다섯 살이 돼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나이예요. 파비안은 훌륭한 사람이고 나를 매우 사랑하는 데다 아주 좋은 남편이 될 거예요." "너는? 너는 좋은 아내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잘 생각해 봐, 비올레타. 나는 네가 사랑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 않아. 너는 항상 고집불통이었지. 네 직감에 귀를 기울여 보렴." 내 의심도 미스 테일러의 의심과 다르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파비안과 약혼한 사이였다. 모두의 눈에 우리는 연인이었고 그 괜찮은 남자를 버릴 그럴듯한 이유가 내게는 없었다. 나는 파비안이 아니면 독신으로 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여성의 길이라고 여겨지는 것과는 다른 길로 이끌어줄 특별한 재능이나 직업이 없었다. 미스 테일러가 언급한 그 고집은 운명을 내 손으로 움켜쥘 에너지를 주는 대신 오히려 나를 압도하고 무너뜨렸다. 나는 미스 테일러나 테레사처럼 되고 싶었지만 대가가 너무 컸다. 나는 차마 안전을 자유와 맞바꾸지 못했다. - P165
그의 부드러운 순례 탓에 내가 낯을 붉히는 걸 알아 챈 그는 잔뜩 긴장해 있는 나를 옷장에 딸린 대형 거울 앞으로 데려갔다. 거울에는 떨고 흐트러진 모습의 낯선 여자가 알몸으로 서 있었다. 이모들을 경악하게 할 만 한 타락의 이미지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내 긴장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되는 이미지이기도 했다. 이제는 얌전한 체할 여지도 없어졌고 다른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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