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는 완전히 맥이 풀린 느낌이었고, 그의 모든 존재가 매혹되어 그녀가 지나간 흔적에 이끌렸다. 죽은 아내가 그의 앞에 있었다. 그녀가 걸어왔다. 그리고 가버렸다. 그는 그녀를 뒤따라가서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보고, 되찾은 그녀의 눈빛을 들이마시고, 빛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자신의 삶을 되살려야만 했다. 그는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그녀를 도시의 끝까지, 그리고 세상 끝까지 쫓아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 P37
위그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무엇인지 모를 기이한 기운에 이끌려, 그리고 그 기운이 하나의 집단적인 생각으로 일치된 바로 그때, 자기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느낌을, 고귀함이 깨져버렸다는 느낌을, 아내에 대한 숭배를 상징하는 꽃병에 처음으로 균열이 가면서 지금까지 잘 유지되었던 자신의 고통이라는 물이 다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P42
그렇게 위그는 이 음산하고도 격정적인 기쁨을 알게 되었다. 그의 정열은 불경한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었다. 이 두 여인을 단 하나의 존재, 사라졌다가 되찾은, 과거에서 처럼 현재도 여전히 사랑받는 존재, 똑같은 눈, 똑같은 머리카락, 하나의 피부, 그가 변함없이 충실하게 임하는 단 하나의 육체를 가진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 P51
기분 좋은 저녁들이 이어졌다. 닫힌 방, 내면의 평화, 서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남녀의 결합, 고요함과 조용한 평화! 눈은 나방처럼 모든 것을 잊었다. 어두운 모퉁이, 차가운 유리창, 밖에서 내리는 비, 겨울, 시간의 죽음을 알리는 자명종. 눈은 이제 등불의 좁은 원 안에서만 돌아다니고 있었다! 위그는 이런 저녁 시간에 다시 살아났다···.모든 것을 잊은 채! 새로운 시작! 시간은 돌이 없는 침대 위에서 비스듬히 흘러간다···. 그리고 살아 있는 우리는 이미 영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 P52
이런 가톨릭 도시 브뤼주에는 엄격한 도덕규범이 존재한다! 곳곳에 있는 높이 솟은 탑들은 돌로 된 수도사의 프록코트를 입은 채 그림자를 늘어뜨린다. 또 셀 수 없이 많은 수녀원에서는 은밀한 장밋빛 육체에 대한 경멸과 순결에 대한 찬양이 쉽게 전염되며 발산되고 있는 듯 하다. 길모퉁이마다, 그리고 나무와 유리로 된 찬장 안에는 바래져가는 종이로 만든 꽃들 사이에 벨벳 외투를 입은 성모 마리아가 세워져 있고, 손에는 ‘나는 순결한 여인이다‘라고 외치듯 적혀 있는 천을 펼쳐 들고 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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