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화된 종교는 도둑 정치가들에게 부가 이동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일 말고도 중앙집권적 사회에 두 가지 중요한 이득을 가져다준다. 첫째, 이데올로기나 종교를 공유하고 있으면 서로 무관한 개인들이 서로 죽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된다. 친인척 관계가 아니더라도 유대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이데올로기나 종교는 사람들에게 유전적인 이기심을 떠나서 타인을 위해 목숨까지 희생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사회 구성원 몇 명이 싸움터에서 전사함으로써 전체 사회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다른 사회를 정복하거나 공격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이다. - P417
국가 내부의 갈등 해결 방법은 법률, 사법제도, 경찰 등으로 점점 공식화되었다. 법률은 흔히 성문화되기도 했는데, 문자를 아는 엘리트 계급을 가진 국가가 많았기 때문이다(눈에 띄는 예외도 몇 군데 있었다. 가령 잉카족의 경우가 그러했다). 메소포타미아와 중앙아메리카에서 문자가 생겨난 시기는 이 두 지역에서 최초의 국가들이 형성되던 시기와 대략 일치했다. - P420
국가와 그보다 단순한 사회가 충돌할 때 대개 국가가 승리를 거두는 한 가지 이유는 무기류를 비롯한 기술들이 더 우수하며 인구도 더 많다는 이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추장 사회와 국가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이점이 두 가지 더 있다. 첫째, 중앙집권화된 결정권자가 있으면 군사력과 물자가 집중된다는 점, 둘째, 국가는 공인된 종교를 퍼뜨리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그로 말미암아 군대는 기꺼이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된다는 점이다. 현대 국가에서도 학교, 교회, 정부 등이 국민에게 이같은 희생정신을 강력히 주입시키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런 태도가 인류 역사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변화임을 흔히 잊어버린다. 모든 국가에는 국민에게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면 죽을 수도 있는 마음 자세를 종용하는 표어가 있다. 영국에는 ‘국왕과 조국을 위하여‘, 스페인에는 ‘신과 에스파 냐를 위하여‘ 라는 식이다. 이러한 정신은 16세기 아즈텍의 전사들에게도 있었다. "전쟁터에서 죽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고 생명을 주시는 신(아즈텍의 민족신 위칠로포치틀리)에게 이 꽃다운 죽음보다 귀중한 것은 없도다. 멀리 나의 죽음이 보이나니, 내 마음은 죽음을 갈망하노라!" - P421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의 정복 전쟁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광신적 행동이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추장 사회가 생기기 시작한 이후, 특히 지난 6000년 사이에 국가들이 탄생하면서부터였다. - P422
동일한 수준의 복잡성을 가진 여러 사회가 경쟁하게 되었을 때, ‘만약‘ 상황이 허락하기만 한다면 사회적 복잡성의 수준은 한 단계 상승하게 마련이다. 부족들은 다른 부족을 정복하거나 서로 합쳐 추장 사회의 규모에 이르게 되고 추장 사회들은 다른 추장 사회를 정복하거나 서로 합쳐 국가 규모에 이르게 되며 국가들은 또 다른 국가를 정복하 거나 서로 합쳐 제국이 된다.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큰 사회 단위는 ‘만약‘ (이 ‘만약‘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규모가 커진 데 따르는 각종 문제 (지도자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의 끊임없는 위협, 도둑 정치에 대한 평민들의 반감, 경제적 통합으로 인해 늘어나게 된 여러 가지 문제점 등)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각각의 작은 사회 단위에 비해 잠재적으로 유리하다. - 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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