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를 알 수 없는 이 책은 수백, 아마도 수천 명의 손을 거쳤겠지요. 책이 수감자에게 무슨 의미였는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은 구원이었습니다. 야만의 한가운 데에서 느끼는 아름다움, 자유, 문명이었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여 자들의 인터뷰를 묶은 모니카 즈구스토바의 『눈 속에서 춤을 추는 여자들(Vestidas para un baile en la nieve)』은 삶의 심연 속에서도 우리가 이야기에 목말라하는 존재라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든 책을 (우리 안에) 가지고 다닌다. 절망에 대한 효과적인 응급처치로서 말이다. - P307

책은 우리가 살면서 겪는 거대한 역사적 재앙과 비극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을 준다. 어둠을 탐험한 미국 소설가 존 치버(John Cheever) 는 "우리는 문학이라는 최상의 의식을 지니고 있다. 문학은 저주받은 자들의 구원이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인도해줬으며 절망을 이겨냈 으니,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 P308

정보를 조직하는 일은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 그랬듯이 신기술 시대에도 근본적인 도전 과제다. 프랑스어, 카탈루냐어, 스페인어 등 여러 언어에서 우리가 정보처리 시스템을 ordenador[컴퓨터, ordenador 는 ‘정리하다, ‘질서를 세우다‘라는 의미의 ordenar에서 파생한 단어다.–옮긴 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55년 소르본 대학의 고전언 어 교수인 자크 페레(Jaques Perret)는 프랑스 IBM 운영진에 계산에만 초점이 맞춰진 영어식 이름인 ‘컴퓨터(computer)를 대신하여 ‘컴퓨터 (ordinateur)‘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그가 말하는 ‘컴퓨터(ordinateur)‘는 (계산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데이터 정렬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글쓰기가 발명될 때부터 컴퓨팅에 이르기까지 기술적 모험의 역사는 지식을 배치하고 보관하고 복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법의 연대기이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망각과 혼란에 맞선 이 모든 진보의 경로는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책의 궁전에서 정점에 이르렀고 오늘날 디지털 네트워크로 전개되고 있다. - P314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번역이라는 작업에는 신비한 면모가 있다. 폴 오스터는 『고독의 발명』에서 번역이라는 마법 같은, 거울의 장난 같은 경험에 관해 얘기한다. 그는 오랫동안 다른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여 생계를 꾸렸을 만큼 번역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책상에 앉 아 프랑스어로 된 책을 읽고 영어로 옮겼다. 사실 그것은 같은 책이면 서 다른 책이다. 그렇기에 번역의 작업은 늘 놀라운 일이었다. 그에게는 모든 번역이 현기증이었으며 또 다른 자기와의 불안한 만남이었고 여러 상태가 중첩된 혼란의 순간들이었다. 오스터가 타인의 작품을 번역하려고 자리에 앉았을 때, 방에는 혼자가 아니라 늘 두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신을 다른 사람의 살아 있는 유령(종종 죽은 사람)으로,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상상했다. 그래서 그는 번역하는 순 간엔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 P315

."알렉산드로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조언을 따라 그리스인을 지도자로 대하지 않았으며 야만인을 전제적으로 대하지 않았고 타자를 식물이나 동물처럼 대하지도 않았 다. 오히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세상을 자신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선인을 인척으로, 악인을 낯선 사람으로 여기라고 했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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