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던 가에 있는 헨리 라이스 부인의 하숙집 식당에는 고인이 된 남편의 아버지가 사들인 물건들이 진열돼 있었다. 한쪽 벽에는 단단한 마호가니 찬장이 붙어 있었는데, 대리석을 덧붙인 그 찬장 위에는 꽃이 그려진 과일 그릇과 빈 위스키병이 즐비했다. 같은 나무로 만든 커다란 타원형 식탁이 식당 중앙을 차지했고, 덕분에 양쪽으로 지나가기가 퍽 어려웠다. 식탁 곁에는 여덟 개의 높은 의자가 닻을 내리고 정박한 배처럼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회색 건물과 어둑한 뒷마당을 지나 식당으로 내려앉은 햇빛이 좁은 창문 두 개를 반쯤 가린 얇고 바랜 커튼 사이로 스며들었다. 빛은 찬장 너머로 나아가, 사냥꾼이 희미한 윤곽을 지닌 사슴을 향해 총을 들어 올린 모습이 담긴 금테 유화 액자를 가리켰다. 식당 문 옆에 있는 대형 괘종시계는 늙고 눈먼 개처럼 쉴 새 없이 째깍거리며 시간을 알렸다. - P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