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 근심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다. 그 감정은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혼란스럽게 남아 있었다. 로즈 씨는 절대 파렴치한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나 그러듯, 그도 희생의 불가피성을 일깨우고, 그것의 고귀함을 찬양했다. 시민들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열변을 토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여겼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의무만 떠넘기고, 자신은 권리만 취했다. 그것이 그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태도였으며, 거의 본능이었다. 그가 보고 듣고 읽는 모든 것은 무의식 중에 결국 그 자신과 연관되었다. 그는 자신의 이해를 통해 세상을 보았다. 자신의 이해가 세상의 운명에 달려 있었기 때문에, 그 운명은 그에게도 아주 중요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자신의 보신을 합리화했다. 유럽의 운명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렇게 마음의 평화 를 버림으로써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았다고 손쉽게 확신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가 그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로즈씨는 이제 젊지 않았고 자식도 없었다. 게다가 각종 세금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었다. 그만하면 충분했다. - P96
로즈 씨는 노르망디에 가서도 마음의 평온을 되찾지 못했다. 우스꽝스럽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그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어떤 위험이 그를 노리겠는가? 게다가 그가 느끼는 것은 불안이 아니라 슬픔 같은 것이 었다. 그는 자신이 늙었다고, 나이보다 훨씬 늙었다고 느꼈다. 이곳에는 이제 그의 자리가 없었다. 그는 일종의 생존자, 옛 시대의 습관, 취향, 요구들과 더불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하나의 종이었다. 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순간 그에게는 다른 것이 필요했다. 아마도 젊음? 하지만 그는 이제 젊지 않았다. 그는 한 번도 젊었던 적이 없었다. - P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