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두는 생김새부터가 유머러스하거든요. 얄팍하고 쫄깃하게 잘 주무른 만두 꺼풀을 동그랗게 밀어서 참기름 냄새가 몰칵 나는 맛난 만두소를 볼록하도록 넣어서 반달 모양으로 아무린 것을 다시 양끝을 뒤로 당겨 맞붙이면 꼭 배불뚝이가 뒷짐 진 형상이 돼요.
어머니의 첫 소설 『나목』 속에 나오는 구절이 다. 소설 속의 태수가 맛도 없는 것을 하도 맛나게 먹길래 개성 음식 이야기를 자랑처럼 늘어놓는 장면이다. 음식 이야기가 리드미컬하고 생생하다. 그러나 실제 주인공의 상황은 삶의 생기를 잃은 어머니가 겨우 내놓은 시큼한 김칫국에 질려 그 "울적함이 쉽사리 달래지지 않은 채 목구멍 근처에 묵직하게 걸려 있"는 상태이다. - P47
엄마는 겨울이 되면 석유 난로 위에다 동그란 알루미늄 찬합을 올려 카스텔라를 구워주셨다. 오븐이 없었지만 엄마는 한쪽이 익을 때쯤 뒤집어서 오븐에 구운 것 같은 효과를 냈다. 당시 공부를 열심히 하면 엄마의 카스텔라를 떳떳하게 먹을 수 있었다. 베이킹파우더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 미지근한 물에 녹인 이스트를 넣은 밀가루 반죽을 따뜻한 이불 속에 파묻어두었다가 부푼 반죽으로 카스텔라를 굽던 엄마의 손길을 잊지 못한다. - P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