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순박하고 정중하며 이해력 있는 사람, 개방적이고 말이 많은 사람, 항상 달콤한 말로 타인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사람이었다. 강제추방에도 불구하고 그는 분개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여러 방식이 아닌 한 가지 방식으로만 행동하는 걸 이해하려고 했다. 역사적 재난에 대해 인간을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살고있는 당대의 교육, 관습, 정치체제를 비판했다. 따라서 반역적인 그의 삼촌처럼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되었고 전제주의, 독재, 폭정의 적이 되었다.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만 인간이 존엄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헤로도토스는 이렇게 말한다. 작은 그리스 국가들이 동쪽의 세력을 이길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자유롭다는 것을 알고 그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기 때문이다. - P237

일부 작가들은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수세기 후에 민족지학의기초가 될 씨앗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의 저작은 그가 방문한 지역과 그리스에 대한 대단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관습은 문화마다 매우 다르지만, 관습의 힘은 어디에서나 거대하다. 인간 공동체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관습이 최고라고 믿는 것이다. 유목민이자 그리스인 헤로도토스가 밝히듯, 우리는 모두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있어서 우린 동일하다. - P238

우리 모두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몇 달을 바쳐 책의 사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몇 권이나 구원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는 누군지 모를 독자들의 열정 덕분에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같은 작품이 수세기의 협곡을 지나 우리에게 도달한 것을 집단적 기적으로 봐야 한다. 남아공 출신의 작가 존 맥스웰 쿠체(John Maxwell Coetzee)가 지적하듯, "고전은 최악의 야만성에서 살아남은 것, 작품을 무시할 수 없어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붙잡아두려고 했던 세대가 있었기에 생존 가능한 것"이었다. - P240

『장미의 이름』의 대단원에 다다르면 전형적인 연쇄 살인법을 매 주하게 된다. 그는 탐정을 제거하고 게임을 이길 수 있지만 오히려 어 리석게도 자신의 지능을 과시하는 데 주력한다. 여기에서 살인자 수 도사가 종말론적으로 웃음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글이 왜 위험하고 제거되어야 하는지 설명한다. "이 책은 웃음을 예술로 끌어올림으로써 웃음을 철학과 신학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소. 웃음은 악마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키지요. 왜냐하면 바보들의 축제에선 악마도 가난하고 어리석기에 통제할 수 있는 존재가 되니까 말이오. 그런데 이 책은 두려움에서 해방된다는 것이 지혜의 행위라고 가르치고 있소. 사람들은 목구멍에 포도주를 집어넣으며 웃으면 제 스스로를 주인으로 생각하지요. 취하면 주종관계를 뒤집기 때문이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것이 정당하다고 가르치고 있소. 이 책이 세상을 화염에 휩싸이게 한 불꽃이 될 수 있다는 말이오. 언젠가 글이라는 파괴할 수 없는 증언에 기대어 웃음의 예술이 받아들여진다 면…… 신성모독을 막을 무기가 없을 것이오. 신성모독은 트림과 방귀 뿐인 육신의 사악한 힘에 호소할 것이고, 이 트림과 방귀가 제멋대로 아무 데나 발산될 테니 말이오." - P242

오늘날에도 웃음은 정전에서 배제되고 있다. 희극은 드라마보다 오스카상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해학과 익살을 다루는 작가가 스톡홀름에 노벨상을 수상하러 갈 일은 없다. 광고주와 프로그램 제작자는 유머가 팔린다는 걸 알고 있지만 학계는 그것을 예술의 시상대에 올리기를 꺼린다. 대중문화는 웃음을 악용하며 웃음을 비하한다. 리얼리티 쇼나 코미디는 웃음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지만 고급문화는 웃음을 초라한 미학으로 치부하고 웃음에 눈을 찡그린다. 그렇게 웃음은 개인적인 기분전환이나 순간적인 오락으로 축소된다. - P243

그러나 지배에 도전하고 권위주의를 깨부수고 황제를 고발하는저항적인 유머가 있다. 밀란 쿤데라가 「농담」에서 말하듯, 웃음은 권력을 부정하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모든 시대의 사랑받는 지도자들은 그들을 조롱하는 희극인을 혐오하고 박해했다. 희극인들은 권력자나 체제와 충돌하곤 했다. 심지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유머와 공격의 한계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보통 이 문제에 대한 태도는 그 유머가 우리를 향한 것인지 타자를 향한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 관용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나는 분개하고, 너는 민감하고, 그는 독단적이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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