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 맙소사, 맙소사,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녀가 미친 듯한 음악, 취할 듯한 향기, 눈부신 치장… 알코브처럼 어두컴컴하고 서늘한 외딴 규방에서 속삭이는 사랑의 밀어가 혼란스럽게 뒤섞이는 무언가로 막연하게 상상했던 그 눈부신 잔치가 벌어지는데, 바로 그날 밤, 자신은 여느 밤과 마찬가지로, 젖먹이 아기처럼, 아홉 시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어쩌면 캉프 부부에게 딸이 있다는 걸 아는 남자들이 앙투아네트가 어디 있는지 물을지도 몰랐다. 그러면 그녀의 엄마는 그 가증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할 터였다. "오, 그 애는 한참 전에 자러 갔어요." 앙투아네트가 이 땅에서 자기 몫의 행복을 누린다고 해서 엄마에게 해가 될 게 뭐가 있는가? 오! 세상에, 한 번만, 딱 한 번만, 진짜 젊은 아가씨처럼 예쁜 드레스를 입고 남자의 품에 안겨 춤을 춰봤으면. 그녀는 절망에 빠진 사람이 마지막 발악을 하듯, 장전된 권총의 방아쇠를 가슴에 대고 당기듯 눈을 질끈 감으며 다시 물었다.
"딱 십오 분만, 안 돼요, 엄마?" - P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