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이랑 대화하다 보니 책방에 연기가 자욱하다. - 책방지기 : (놀란 눈으로) 뭐지? 어디 불 붙었나. 여기 왜 이렇게 연기가 자욱하죠? - 손님 : (내 뒤를 가리키며) 향 피워 놓으셨는데요. - 책방지기 : (뒤돌아 인센스 스틱을 바라보며) 아~ 나 향 피웠지. - P105
하악이와 함께 살아서 좋냐는 질문을 받는데,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고 해서 바로 행복해진다거나 힐링이 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되려 내가 밥을 주지 않으면 굶고 있을 생명이 있다는 부담감에 어깨가 무겁다. 아픈 고양이라서 치료비도 만만치 않다. 내 옷에 발자국과 침 자국을 남겨서 매일 빨래하느라 바쁘고 지금도 내 무릎 위에서 하악이가 잠들어서 피곤한데도 퇴근을 못 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 하악이 덕분에 무릎 담요가 필요가 없네, 우리 이쁜 하악이 덕에 담요값 굳었네 하며 애써 위안 중. - P113
- 책방지기 : 책방에 ‘책을 보는 곳입니다. 사진 촬영은 자제해 주세요. 내지 촬영은 안 돼요. 시끄러운 대화도 조금만 자제 부탁드립니다.‘ 라고 안내문 붙여놨어. - 친구 : 그랬더니 사진 좀 덜 찍나? - 책방지기 : 그 안내문을 찍어. - P120
- 친구 : 봄 날씨가 좋으니까 기분까지 좋 지 않냐? - 책방지기: 응, 좋아 주말에 매출이 올랐 거든. - 친구 : 너의 봄은 감상적으로 좋다 나쁘다가 아니야? - 책방지기 : 응. 매출이 행복의 척도지.
예전엔 날씨가 좋으면 책방 문 닫고 외출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장사 될 때는 책방 붙박이가 되어 열심히 책을 판다. - P124
변명
- 책방지기 : 책방에서는 희한하게 책을 읽을 수가 없어요. 한 장도 안 읽혀. - 술집 주인 : 난 우리 술집에서 마시는 술이 제일 맛없더라. 그래서 지금도 미숫가루 마시잖아. - 책방지기 : 라테인 줄. 그래, 책방에서는 뭘 할 수가 없다고! 아무것도!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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