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 제 책을 전시해 주시는 고마움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판매금은 책방 운영비로 사용하라고 하였다. 순간 무표정했던 내 얼굴이 미안함으로 일그러졌다. 그래, 내가 파는 건 책이 아니라 이 사람들의 꿈이라고. 이런 사람들의 책을 소개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만 좀 무기력해! 하품 좀 그만하라고! - P67
단골손님 5호 사과 씨가 맥주를 사 들고 놀러 왔다. - 책방지기 : 오랜만이다. 왜 책방에 자주 안 와요? - 단골손님 : 저는 직장에서 가면을 쓰고 살잖아요. 그런데 여기 오면 가면을 벗은 솔직한 사람들을 만나요. 책 제작자와 책방지기를 만나고 자극을 받고 돌아가면 다음 날 출근해서 가면을 다시 쓰는 게 힘들어요. - 책방지기 : 사과 씨, 나 책방에서 가면 쓰고 있어. 책방지기 감정노동자야. 책방도 일터다. 낭만보다는 전쟁터에 가까운. - P80
- 나도 그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내 책방만 잘 운영하면 되는데 다른 책방들이랑 자꾸 비교하게 돼. 나는 내 속도대로 내 방식대로 공간을 꾸려나가면 되는데 좋은 책방이 생기면 도태되어 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상대적으로 나는 무능력해지거든. 어쩌면 이 바닥도 서바이벌이라는 생각이 들어. 책방도 결국엔 살아남아야 하거든. 이 모든 말을 속으로 삼키고 다음에 술 한잔하자며 친구와 헤어졌다. - P81
- 딸이 캐나다에 사는데 지금 임신을 했어요. 이 책을 사 오라는데 교보에도 없고 물어물어 여기에 왔어요. - 아고, 이렇게 고생하신 걸 따님이 아셔야 할 텐데. - 이런 걸 수고스럽다고 생각 안 해. 어렸을 때 자기랑 잘 못 놀아준 것, 서운한 것만 따지고. - 원래 자식들은 부모님 고마운 건 기억 못 하잖아요. 섭섭한 것만 마음에 남고. - 응, 우리 고향 말로는 그런 걸 싸가지 없다 그래. - P84
- 라면이 말이야, 옆에 사람이 맛있게 먹고 있으니까 나도 너무 먹고 싶은데 물이 너무 안 끓으니깐 조급하잖아요. 그런데 물은 100도에 끓어요. 99도에도 안 끓어. 물이 안 끓는다고 포기하거나 조급해하면 안 돼. 목표만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전진하면 되는 거에요. - P84
추석이니까 오늘의 식사는 특별히 꼬치전이 담긴 편의점 추석 스페셜 도시락! 피노키오 책방 영원 님 것까지 두 개를 사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코너에 도착하니 내 앞에 먼저 와있던 사람이 두 개 남은 스페셜 도시락을 사려고 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런데 내 앞에 섰던 사람은 다름 아닌 영원 님이었다. 나와 나눠 먹으려고 도시락을 고르던 중이었단다. 이렇게 스페셜 도시락과 이웃사촌과 함께하는 정겨운 명절!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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